‘냄편 말에 토 달며 씅내고 싸우지덜 말구.’라는 충청도 친정아버지 말씀을 듣고 자란 1.5세 손아래 동서는 1세 형님인 내가 토를 달며 남편 말에 틱틱 맞서는 것이 편치 않은 듯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녀는 내가 아는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LA 한인타운에서 장사하는 친정 부모 도와야지, 시어머니 모셔야지 일가친척, 친구, 이웃을 돕느라 항상 바쁘다. 직장생활 하며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돌잔치,
결혼식, 장례식을 거들고 영어 못하는 나이 든 분들의 서류를 읽어주고 해결하느라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늘씬하다.
1.5세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마지막 남은 구한말 조선 시대 아낙네를 보는 듯하다. 거절하기에는 마음이 여려서일까? 도와주는 것을 즐기다가도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피곤해선지 어디론가 자기 주변 사람들이 없는 먼 곳으로 가고 싶다며 전화로 울먹인 적도 있다.
이민
1세들은 누구나 먼 이국땅에서 자식 교육 잘해 풍요로운 삶을 살며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언어 소통으로 인해 자식을 필요로 한다. 어린 자식은 고생하는 부모를 도와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에 가까이 살며 서로에게 길드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닌 생을 살다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면야 다행이지만.
비행장의 활주로 같은 부모, 자식들이 높고, 넓은 세상을 훨훨 날다 쉬고 싶을 때 날아와 편히 쉴 자리를 마련하고 관리하는,
편히 쉬고 난 후 재충전하고 또다시 안전하게 날아갈 수 있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이 아닐까?
안전하고 편안한 활주로를 마련하고 관리하려면 이따금 어긋난 길로 가는 남편과 아내의 의견에 토를
달아 끌고 당기고 타협하며 함께 가는 동반자이자 동업자가 돼야 한다는 1세인 나와 1.5세인 동서의 생활방식이 무척이나 다르다. 그렇지만, 연휴
2주일 동안 우리 집에서 서로의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동서는 블랙커피를 좋아하고 나는 밀크 탄 커피를, 가끔 우울할 때는 다방 커피를 즐기듯 그저 우리는 다른 삶을 살았고 살고 있을 뿐이다. 각자
살아가는 삶의 기준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세상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
Go and live. Don’t be afraid. It’s your one and only
life. Don’t waste it. (한 번 주어진 삶, 두려워하거나 낭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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