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30, 2013

떠나가는 후배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다 떨어진 초겨울, 가장 아끼는 후배가 뉴욕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간단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낙엽 지듯 슬금슬금 떠난다. 나이 든 선배들은 이미 저세상으로, 후배들은 한국으로. 남편과 나만 남겨지는 것은 아닌지?

백 팩에서 주정뱅이 보따리처럼 막걸리와 안주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겁지 않으면 더 사올 수 있는 긴데."
술이 들어가면 목청이 올라가며 속 시원히 할 말 다하고 선배인 우리 부부에게도 평소 불만을 안주 삼아 토해내는 후배다.

술이 약해졌나? 취했는지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점점 찐해졌다. 화장실 가는 줄 알았는데 긴 부스에 다리를 쑤셔 넣느라 낑낑거리며 간단다. 하기야 한소리하고 또 하는 선배와 술 마시는 것도 시들하겠지. 예전엔 술 마시다 한잠 자고 일어나도 새벽까지 술상을 지키고 앉아있더니만.

"전화해봐. 올 수 있는지?” 
남편과 술 마시다 흥이 나면 
, 와라. 우리 한잔하는데?” 
이미 술 취한 목소리로 
나도 지금 한잔하고 있어요.” 
작작 좀 마셔라.” 
선배님 싸랑해요.”

누구야~” 
대낮인데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받는지 신소리로 대꾸한다
, 너 어제 또 펐구나? 아직 뻗어 자게?” 
그러고 보니 예술보다는 애술 빙자로 오랜 세월 함께 했다. 선배가 돼서 좋은 본보기도, 도와주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것이 미안해 엉뚱한 곳만 쳐다보고 행설수설.

혼자 뉴욕에서 고생하며 사는 것이 안되어 외국인을 배필로 중매 서려고 했는데 '한식을 마음 편히 먹고 살아야 한다.’고 고집해서 그나마도 무산됐다. 그래, 한국이 잘 산다는데 가라. 가서 한식 실컷 먹고 좋은 작업 많이 하고 외롭지 않게 잘 살아라.

남편과 셋이서 어깨동무하고 이리저리 함께 흔들리며 지하철 정류장까지 걸었다
선배님 싸랑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 알지요?” 
야 취했냐?” 
싸랑해요.”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 등에 대고 
나도 너를..."

다 가고 우리 둘만 남는 거 아니야? 우리 동창 중에 제일 먼저 와서 끝까지 남아 뉴욕을 지키는 사람은 우리뿐인가 봐.” 
우리야 갈 곳도, 오라는 사람도 없어 어쩌다 남았지.” 
왜 하필이면 나뭇잎이 우수수 다 떨어진 이 스산한 초겨울에 가냐고 심란하게.”
"당신 건강히 오래 살아야 해. 내 술친구 해주려면. 자기가 나의 Best friend.”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잡은 손을 빼더니 대꾸도 하지 않고 저만치 간다.

민망한 손은 외투 주머니 깊이 숨어버리고 짧은 다리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Friday, November 29, 2013

A leaving junior

In early winter, when the yellowish leaves are gone, one of my favorite junior is leaving in New York and going to Korea. My favorite people slipped away like leaves. Older seniors were already gone to the other world. Younger seniors ones are in Korea. Isn't it left just my husband and me?

Makgeolli and Korean snacks poured out of the junior's bag-pack like a pack of drunkards. "I can buy more if it's not heavy." grumbled. When she got drunk, Her voice went up and says what she wanted to say. 

"Are you drunk already?" Her Gyeongsang-do dialect has become more and worse. I thought she was going to the bathroom, but she was struggling to squeeze her legs into a long booth. It was sad that she leaves early. She used to sit around the table drinking until dawn.

Whenever I had a drink with my husband, I called her. "Hey, why don't you come here? We're having a drink?" She also said in a drunken voice, "I'm having a drink, too." "Drink a little." "I love you, seniors."

"Who is it?" she answers with a groaning voice, "It's me. Did you drank again yesterday, didn't you? Are you still sleeping?" Come to think of it, we spent a lot of time together by drinking rather than art. I'm sorry I couldn't help you or set a good example.

I tried to match her a foreigner with a husband, but she insisted that she should live comfortably in Korean food, so I failed. Go. Go eat enough Korean food, do a lot of good work, and live a good life without being lonely.

My husband and three of us walked to the subway station, shoulder-to-shoulder and swaying together. "Seniors, you know I like you guys a lot." "Are you drunk?'' She was entering the subway entrance and I said to her back "Me too."

"Isn't it just the two of us left? I guess we're the first ones in our class to come all the way to New York. We don't have any place to go back. Why does she go to this dreary early winter when the leaves are all gone?" "You have to live a long, healthy life to be my drinking friend. You're my best friend."

I slipped hold his hand. He pulls out his hand and doesn't answer back. Embarrassed my hands hide deep in the pockets of my coats, and short legs move diligently.

Saturday, November 23, 2013

남이섬 가는 길에

립스틱 짙게 바른 아줌마가 쉬지 않고 떠든다. 옆에 앉아 듣고 있던 아줌마는 꾸벅꾸벅 존다. 말 상대를 잃은 아줌마는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그 옆 남자에게 뭔가를 물어보자 끼어들어 참견한다.

7호선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갈아타고 가평 가는 55분간 아줌마는 단 한 번도 입을 쉬지 않았다. ‘친정 막냇동생을 어떻게 시집보냈는데 어찌어찌 잘 산다는, 며느리에게 잘해주는데 며느리는 자기를 피한다.’는 둥 상투적인 넋두리다.

결국, 나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겨 앉았다. 아줌마 목소리는 여전히 쉴 새 없이 들렸다. 나도 그사이 수다를 못 참아 피하는데 평생을 함께할 며느리는 오죽하겠는가.

잠에 빠진 아저씨 옆에 동그란 눈을 토끼처럼 뜬 아줌마가 맞은편에 앉아 있다. 새로 장만했는지 똑같은 붉은색 재킷을 입은 두 사람은 부부다. 아줌마는 전화기에다 대고 신이 났다. ‘부부동반으로 등산 간다.’. 잠에 빠진 남편은 끌려 나온 듯 피곤한 모습이다.

그 옆으로 '초 늙으니' 아저씨 여섯 명이 히말라야산맥 언저리라도 정복할 듯한 등산복을 입고 떠든다. 하의 실종(위만 걸치고 아래는 거의 내놓은)의 여자가 지나가자 떠들다 멈추고 흘끔흘끔 쳐다본다. 그들의 입은 벌어지고 눈은 희번덕거린다. 와이프 옆에서 자는 아저씨와는 대조적으로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즐겁다는 표정이다.

가평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가상국가,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불린다는 남이섬에 갔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꺾어져 강가를 따라 섬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는 반달처럼 생긴 섬 중앙을 가로질렀다. 작고 앙증맞아 내 손에 넣고 싶을 정도로 탐 나는 섬이다.

울창한 소나무 울타리 숲 안, 쏟아지는 햇볕 아래 넓은 잔디밭 광장은 짙게 물든 작은 단풍나무를 안고 조는 듯 포근한 모습이다. 내가 만약 나미나라공화국 주인이라면 인간의 손때를 묻히지 않은 모습 그대로 놔두었을 덴데. 군데군데 사람 손에 찌든 조각들, 펜션, 식당 그리고 어쩌고저쩌고 세워 놓은 것들이 남이섬을 어설픈 손재주를 동원해 성형수술 한 듯 자연과 분리시켰다.

섬을 나와 중국 아줌마와 청년 둘과 가평역 가는 정류장에 나란히 앉았다.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온갖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4명이 함께 택시를 탔다. 버스보다 싸고 편했다. 실용성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중국인 그리고 경험주의와 실용주의 존 듀이의 본향 뉴욕에서 온 나, 어쩌겠는가!

관광버스에서는 붉은색 유니폼 등산복 입은 아줌마들을 쉬지 않고 토해냈다. 남이섬은 폭탄 맞아 불타는 듯했다.

Friday, November 22, 2013

On the way to Nami Island

A woman with a red thick lipstick was talking nonstop. The woman sitting next to her was nodding off. After losing her partner, she intervened when the woman sitting opposite her asked the man next to her for something.

For 55 minutes from Sangbong Station on Line No. 7 to Gapyeong, she never stopped talking. ‘How her sister has been getting along since she got married. And she is good to her daughter-in-law, but she avoids her.' and so forth, uttered cliche.

Eventually, I moved to a seat a little farther away. But her voice was still incessant. In the meantime, how can her daughter-in-law live with her for life when I can't stand her chatter for a moment?

A woman with round eyes like a rabbit sitting next to the sleeping husband was opposite me. The two couple wore the same red jackets looks new. She said on the phone with a excited voice. "I'm going to climb the mountain with husband.” Her husband looked tired as if he had been dragged out.

Next to them, six old men made a noise in mountaineering outfits that looked like they'll conquer even the Himalayan Mountains. When a lady in her short pants walked by and they stopped talking and glanced at her. Their mouths opened and their eyes fluttered. In contrast to the man who sleeps next to his wife, they looked happy without any signs of tiredness.

I got off at Gapyeong Station and went to Nami Island, which is called virtual country and Naminara Republic. I sailed into the island and turned right and circled the island along the river. Then I crossed the middle of the island, which looked like a half moon. It's a small island that I really want to have.

Inside the dense pine fence forest, the vast grass square under the pouring sunlight was seen incubating small thickly colored maple trees. If I were the owner of the Naminara Republic, I would have left a human hand untouched. Sculptures, pensions, restaurants and randomly built pieces of man and woman have separated Nami Island from nature as if it were plastic surgery with flimsy dexterity.

After leaving the island, I sat side by side at a stop to Gapyeong Station with two Chinese women and one young man. The bus doesn't come even though it's been a long time due to traffic. Unable to wait, I used all kinds of body language to take a taxi with four people. It was cheaper and more comfortable than a bus.

The tour bus threw up a lot of the women in red uniforms constantly. Nami Island was as if hit by a bomb.

Saturday, November 16, 2013

사랑에 빠진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며 송글송글 유리창을 타고 내린다. 노랗게 물든 단풍잎들도 빗물에 젖어 땅에 내린다. 바닥에 뒹구는 나뭇잎들을 보며 영화 화양연화 주제곡(유메지의 테마)에 고개를 떨군다.

첼로 현의 팽팽한 리듬은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아픔을 들쑤셔 끌어 올려 허공에 흩뿌린다. 시름과 고독에 떨며 지그시 눈 감은 여인을 응시하는 남자의 그윽한 시선이 음악에 녹아내린다. 사랑하고 푼 간절함, 아쉬움 그리고 외로움의 테마곡이 반복적으로 흐른다.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로 시작하는 자막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말해준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으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특히나 오늘같이 비 내리는 늦가을날엔.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 배우다. 홍콩의 비좁은 공간에서 말없이 부딪치는 남녀 그러나 어떤 신체 접촉도 보여주지 않고 음악만이 이들의 간절한 사랑을 대변한다

좁은 골목 층계를 내려가는 수심에 찬 여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없이 스치고 올라오는 남자, 어두운 골목길 전등 빛 아래, 비를 피해 남자는 담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문다. 층계 위, 남자가 올라간 자리를 응시하는 여자의 아쉬운 시선을 음악이 위로하듯 흐른다.

정지된 순간 속의 외로운 남녀의 기다림과 스치는 장면들은 한산한 공허감을 조용히 그려낸 화가 Edward hopper의 화폭 같다.

영화는 러브 스토리로 영어 제목 ‘In the mood for love’가 말해주듯이 영상과 무드의 전개다. 음악 또한 그들의 사랑을 더욱더 깊게 되새기게 해 비 오는 날엔 빗소리와 함께 듣고 또 듣는다.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산에 가서 나무 하나를 찾아 거기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진흙으로 봉하라.’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대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왕조위는 캄보디아 사원 나무에 뚫린 구멍에 사랑의 비밀을 토한 뒤 풀잎 머드로 봉한다.

멀리 구멍에 대고 속삭이는 그를 주시하는 주황색 승복을 입은 어린 스님의 뒷모습이 인생사 덧없음을 말하는 듯하다. 주황색은 밝고 따뜻한 색임에도 나에게는 왜? 개 양귀비 핏빛으로 삶의 허무와 비운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라는 자막의 끝과는 달리 그 어떤 사랑의 영화보다 가슴에 남아 울린다. 이루어지지 않은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는 오래 기억되기 때문인가 보다

Friday, November 15, 2013

Falling in love

Raindrops beat down the window. The yellowish maple leaves are also wet with rainwater and fall to the ground. Looking at the leaves rolling on the floor, I low head to the theme song of the movie 'In the mood for love.'

The tight rhythm of the cello prefecture brings up the pain buried deep in the heart and spreads it out in the air. The deep gaze of a man at a woman with his eyes closed, trembling with emotion and loneliness, is melted into music. The theme song of desire to love, regret and loneliness flow repeatedly.

'In the meeting with him, she bowed shyly, and in his timidity she left.' The subtitles starting with tell the beginning and end of a movie. Eventually, with love that could not be achieved, the more you watch 'In the mood for love' directed by Wangawi, the more I fall in love with it.

Tony Leung Chiu Wai and Maggie Cheung Man-yuk are the main actors. Men and women who bump into each other without words in Hong Kong's cramped spaces, but without showing any physical contact, only music represents their ardent love.

A man who is coming up the narrow stairway is glancing silently at a pensive woman. Under the light of a dark alley lamp, the man leans against the wall and pulls out his cigarette. As the music comforts the woman's sad gaze at the place where the man climbed.

The waiting and brushing scenes of a lonely man and woman in a suspended moment are like the canvas of the painter Edward Hopper, who portrayed a quiet emptiness.

The movie is a love story, and as the English title 'In the Mood for Love' tells us, it is the development of mood. Music also reminds me of their love even more deeply, so on rainy days, I listen to and listen to it with the sound

As the old story goes, "If there's a secret you want to hide, go to the mountain and find a tree, dig a hole there, whisper your secret, bury the secret in your heart forever, seal it with mud." In the movie, the main male character vomits the secret of love in a hole in a Cambodian temple tree, and then seals it with a blade of grass.

It seems that the appearance of a young monk in an orange robe watching him whisper into a hole in the distance is a sign of the fleetingness of life's history. Even though orange is bright and warm, why come to me as the blood of poppies, the futility and emptiness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