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2, 2013

지금 어디에

저 굴러가는 많은 차 중에 내가 탈 차는 없는 것일까?’

"잘 가"
영어 못하는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걸던 클래스 친구가 노랑 폭스바겐 풍뎅이 차를 타고 멀어져 가면 노란색이 아지랑이 속에 민들레 꽃처럼 흔들렸다. 나는 먼지 나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 기숙사로 가며 
"나도 차가 있었으면."
바랐다. 
 
저 수많은 빌딩 속에 내 한 몸 누일 곳이 없단 말인가?’

"Someone's already taken.(세 놓았다.)"
로 이어지던 전화선 소리가 
"available(가능하다.)"
고 하면 신이 나서 달려갔지만, 너무도 열악한 아파트 환경에 실망하곤 돌아서며 한숨 속에 자주 나오던 푸념이었다.  

남편과 싸우고 집 나온, 얼굴이 희고 우아한 여자. 머리를 항상 틀어올리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오랫동안 앉아 있던 룸메이트가 있었다. 주근깨와 기미가 쫙 깔린 내 얼굴, 기미의 크기가 더 커졌나 작아졌나 확인하고 싶어 그녀가 거울 앞을 뜨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녀의 남편이 찾아와 데려갔던가?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나처럼 외로움에 찌든 여자가 다가와 친구가 되었다. 오하이오주 어느 시골에서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과 결혼해 살다 온 여자다. 그 시골에 태권도 가르치던 키 작은 한국 남자를 유리창 너머로 흠모하다 뉴욕으로 도망쳐 왔다던,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랭귀지스클에 다녔다.

부모에게 송금받아 쓰는 돈이 부담되어 그 친구에게 일자리를 부탁했다. 그녀가 알려준 곳을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차이나타운 근처 술집이었다.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의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그녀의 검은 실루엣을 뒤로한 채 그림자처럼 골목을 뛰어 나왔다.

맨해튼 웨스트빌리지의 럭셔리 콘도 실내에 고급스러운 검은 가구들, 벽에서 여유 있게 떨어져 사선으로 놓인 책상 그리고 초록색 우단 의자가 있던 리빙룸에 앉아 집안을 둘러보던 기억이 난다. 일본 친구의 아파트였다. 풍요로운 유학생활을 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아버지 친구인 유부남이 마련해 준 아파트야."
그녀가 미안함과 불안함에 털어놓은 사연은 충격이었다.

그녀의 집을 나와 마지막 잎새의 작가 ‘O 헨리가 살며 집필했다던 집 앞을 지나며 왜 그리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는지혜성처럼 나타났다, 별똥처럼 사라져간 뉴욕 초창기에 만났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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