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9, 2013

날개 달린 소문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너의 가족 모두 건강하니? 노파심에서…"
친구에게 온 e-메일이다. 갑자기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니? 전에 없던 안부 인사지만, 워낙에 길고 감칠나게 글 쓰는 친구가 아니라 별생각 없이 요즈음 나의 근황을 답장했다.
"실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걱정을 많이 했다. 별일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되돌아온 메일에 뜨악했지만, 자세한 내용과 누가 이상한 소리를 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살면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우리 집안 소문에 나 자신도 놀란 적이 서너 번 있다.

한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 나가보니 알고 지내는 부부가 문 앞에 서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어."
남편에게 맞아 사경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잠에 빠져 꿈속을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자다 일어나 술상을 차리고 밤새도록 애매한 술만 들이켰다.

남편이 잠시 한국에 일 보러 갔다.
"남편이 이혼하고 떠났다며?"
는 소문이 나질않나. 나 자신도 놀라 의아심이 들었던 소문 중의 하나는 서울에서 전화한 지인이 
"혹시 친정엄마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나요?"
물음에는 너무도 황당해 말문이 막힌 적도 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문들이었다.

내 소문이 사실과 다르기에 남의 떠도는 소문도 믿지 않다가 혼쭐이 난적이 있다. 점잖은 모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사모님은? 함께 오시지 않았나요?” 
"그 사람 이야기를 왜 내게 해요?"
오랜 세월 참았던 고름이 터지듯 갑자기 폭발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놀라 돌아볼 정도였다
"미안해요. 사실은 오래전 이혼했는데 말하지 않았어요." 
다음날 사과를 받으며 그동안 듣지 못한 긴 사연을 들어야 했다. 그 이후론 혼자 모임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남편이나 부인의 안부를 절대 묻지 않는다. 안 보는 사이에 이혼이라도 했을 수 있지 않은가.

아끼는 지인이 부인과 헤어지고 내가 몇 번 본적이 있는 사람과 사귄다는 소문이 돈다. 말 못 할 사연이 있어 이혼하고 좋은 사람 만나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 아닌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본인이 말을 꺼내면 모를까 어찌 먼저 물어보겠는가.

잠깐의 행복을 위해 긴 세월 고뇌의 실타래를 끌고 가며 엉클어지면 풀고 다시 엉키면 풀고를 반복하며 사는 것이 우리 내 삶이 아닐까. 힘든 삶 속에 가뜩이나 심심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냐?'며 소문의 근원을 찾으려고 열 올리는 일은 생략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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