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문사에서 글과 그림을 부탁을 받았을 때 10개 정도 글을 쓰고 나면 더는 쓰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으로 시작했다.
10개의 글이 100개나 썼다.
글 대부분이 일기 쓰듯 일상을, 기억을 더듬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신문지상에 나의 시원찮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굳이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감추고 싶은 것을 굳이 들어내는 것을 염려하기보다
글로 옮겨 신문지상에 나간 어두운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다고나 할까? 아주 기억에서 없어졌다기보다 가슴에 품었던 일상들을 글로 뱉고 나니 더는 기억할 이유가 없어졌다. 아픈 과거의 고름을 짜낸 후 상처가 아물어져 고통이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다.
솔직하게 썼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어두운 기억이 생기고 곪아 또 다른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글로 뱉고 나니 고해성사를 한 듯 마음이 가볍고 방을 정리한 듯 머릿속을 청소한 느낌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인 듯하다.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하지만 더욱 솔직히 표현하자면 아마도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에서
계속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따금 “책 안 내세요”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개나 소나 다 책을 내니?’ 했던 약간의 빈정거리는 친구의
충고가 떠올라 ‘나의 본업이나 열심히 해야지요.’ 하며 슬쩍 넘긴다.
가고 싶지 않은 몇 번의 출판 기념회에 인사치레로
참여한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식사를
하며 초대받은 연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쉽지 않다. 사인받아 온 책을 읽지 않고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만
뽀얗게 쌓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별로인 글을 내가 자비로 출판해서 바쁜 사람들을 불러
돈을 받고 책을 돌리는 것은 나로서는 무리다. 그림도 많이 그려야 몇
개의 쓸만한 것을 건지듯 글도 많이 써서 필력을 다듬은 다음에 쓰는 글들이 한 움큼 주어진다면 모를까?
소신껏 솔직 담백한 글을 쓰며 지난 어두운 기억의 끈을 풍선 줄 놓듯 놓아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독자에게 신문사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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