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삶이 멈춰진 공간 속에 놓인 듯 공허했다.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벗어나 메인 주 US 1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캐나다
접경 해안지역, 미국에서 가장 동쪽 끝에 있는 이스트포트(Eastport)까지.
안갯속의 작은 섬들은 언젠가 가 본 남해안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인적없는 언덕진 타운 중심가에 들어서니 마치 서부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전봇대와 드문드문 세워진 차량만 없앤다면 말이다. 버려지다시피한 몇몇 붉은 벽돌 빌딩들의 양식은 대부분 브루클린에서도
눈에 익은 같은 시기의 공공건물이다.
바닷가 인접한 조그만 공원에 들어서니 수많은 여자
직원들이 하얀 유니폼 속에서 작업하는 바쁜 시절 모습의 옛 사진과 팻말에 적은 내용이 타운의 비애를 들려준다.
1875년,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 이곳에 처음 세워졌으며, 절정기에는 13개 회사가 북적거리며 번창했던 곳이다. 서서히 산업이 몰락하며 주민의 대량 이탈로 한적하고
맥빠진 포구로 전락한 모양이다. 마치 우리가 사는 이스트 강가를 끼고 있는 북부 브루클린의 옛 시절을 보는
듯했다. 남북전쟁으로 남부 대부분의 설탕 공장들이 폐허 되자
세계에서 가장 큰 설탕 공장이 윌리엄스버그 다리 밑에 자리 잡았다. 도미노 설탕으로 150여 년 동안 운영하다 2004년에
문을 닫았다. 최후의 마지막 남은 공룡이 숨을 거두 듯.
고색창연한 타원형 굴뚝 하며 세월의 때를 잔뜩 머금은
건물은 이제 또 다른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이곳은 수많은
창고 공장 건물들이 인기 있는 거주 지역으로 바뀌고 있지만, 동북쪽 끝에 자리 잡은 이스트포트는 정어리 산업
이후 대체 할 수 있는 묘안이 전혀 없는 모양새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깨끗한 바다를 끼고 있지만, 불행히도 백사장이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숙소 베란다에서 마시는 술맛이 씁쓸하기만 했다.
바닷물에 콘크리트 기둥을 박고 서 있는 붉은 벽돌의
텅 빈 창고 건물에 다가섰다. 부서져 내리는 기둥 사이의
시커먼 공간에서 철석 이는 얕은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뒤섞여 묘한 울림이 들려온다.
그 옛날 번창하던 시절 타운의 왁자지껄하던 소리가 세월에 묻혀 둔탁하게 들리는 듯하기도 하고 옛 시절을 아쉬워하는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든 주민들의 깊은 시름의 한숨 같기도 하다.
그 옛날 번창하던 시절 타운의 왁자지껄하던 소리가 세월에 묻혀 둔탁하게 들리는 듯하기도 하고 옛 시절을 아쉬워하는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든 주민들의 깊은 시름의 한숨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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