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가던 엄마 손을 갑자기 놓치고
길을 잃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말도 안 돼."
친구의 텍스팅이 들어왔다. 최월희 선생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갑자기 검은 물체가 얼굴을 확 덮쳐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말도 안 돼.’만 웅얼거렸다.
"James Joyce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다음 북클럽 모임에 읽고 가야 할 책)을 더는 못 읽겠어. 무엇을 붙들고 살아. 참으로 인격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지식의 겸손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신 분이셨는데. 매달 달력 보고 책 읽으며 이번 책은 제대로 읽고 좀 더 공감하려는 희망에 부풀어 살았는데. 나의 마음에 선생님이 많이 차지하셨나 봐. 이 세상에서 헤어지기 싫은 사람이란 느낌 오랜만이야. 붙잡고 싶은데 나의 이기적인 생각일까? 왜 선생님도 가실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나 그냥 보내드릴 수 없어.’"
친구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친구가 북클럽 선생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를 때 나는 정신 나간 여자처럼 마룻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줍다 방구석에 멍하니 앉아 ‘말도 안 돼.’만 중얼거렸다. 아마도 친구가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슬퍼하니 그나마 침묵을 지킬 수 있었나 보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다 희미한 불빛을 보고 기뻐하는 찰나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다시 어두운 동굴의 끝 없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훤하게 타오르는 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재 속을 헤집으며 타다 남은 불씨를 애타게 찾으며 아쉬워하는, 갈 길을 잃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Being Artist)로 습관적인 삶에서 벗어나 무의식적 기억(involuntary
memory)으로 삶을 재창조해야 한다. Bad and good로 judge(비판) 하지 말고 오픈마인드로 나 자신에서 벗어나 남들과 화합해야 한다."
등등의 수많은 열정의 강의를 들었던 우리 회원 모두의 모습은 선생님을 닮아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선생님은 가셨지만 북클럽 회원들마저 잃고 싶지는 않다. 다시 좋은 분을 모시고 싶다. 지식만이 풍부한 박사님이 아니라 학식과 겸손을 겸비한, 배운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가진 사람 가진 것이 없는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낮은 사람에게도 fair (공정)한 분을, 큰소리 내는 제자들에게만 귀 기울이지
않고 작은 소리로 구석에 앉아 경청하는 제자에게도 따뜻한 눈길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분을 모시고 북클럽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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