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온 비가 또 쏟아진다. 이놈의 뉴욕 날씨하곤.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니 찬거리가 없다. 든든하게 비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려고 무거운 대문을 당겼다. 세찬 바람결에 빗물이 튀겨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옷이 후줄근해졌다. 과연 저 험한 빗속을 뚫고 나가 찬거리를 사다 점심상을 차려야만 할까?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니 찬거리가 없다. 든든하게 비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려고 무거운 대문을 당겼다. 세찬 바람결에 빗물이 튀겨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옷이 후줄근해졌다. 과연 저 험한 빗속을 뚫고 나가 찬거리를 사다 점심상을 차려야만 할까?
집안으로 도로 들어와 일단 멸칫국물을 우려내며 생각하기로
했다. 국수를 삶을까? 아무래도 비
오는 날엔 국수보다 수제비를 받아 든 남편의 표정이 환하겠지.
역시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감자 수제비를 받아든 남편은 군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신다. 기분 좋을 때를 틈타,
“오늘 저녁은 감잣국으로 하면 안 될까?”
수제비 덩어리만 건져 먹고 대충 남은 감잣국을 먹는다면 저녁 끼니도 해결될 텐데. 짜증 낼 줄 알았는데,
“Whatever.”
하는 게 아닌가. 반찬 투정을 심하게 하던 남편이 변했다. 밥상 앞에서 잔소리해봤자 먹히지 않았던 투정이 어느
때부터인가 시름시름 멈춰 버린 것이다. 신문에 나간 남편의 반찬 투정에 대한 내 글을 읽고 반성했나?
“아예 소설을 쓰시는군. 아무튼 잘도 지어내."
남편이 내가 쓴 신문에 난 글을 보고 자기에 대한 시답잖은 줄거리라도 비치면 소설이라며 한마디 한다.
“무슨 소설? 나도 쓰고 싶지만 쓸 능력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게 소설인데. 내가 언제 썼다는 거야?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치는 기억을 살려내서 감정을 넣어 쓰기도 벅찬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지?"
"전혀 내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를 썼으니
소설이 아니고 뭐야."
“그렇게 삐딱하게 굴었잖아~ 그 기억을 쓴 건데.
기억 안 난다고? 사실이잖아?”
“나 그렇게
악랄한 사람 아니야.”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며 반박한다.
"그때 참을걸, 그때 잘할걸. 후회하지 말고 좋지
않은 습관 시원하게 훌훌 털어 버리고 변하면, 새롭고 넉넉한 세상이 당신을 반길 텐데. 좋지도 않은 습관 누구를 위해 백날 껴안고 살며 사람을 괴롭혀."
신문 지상에 남편 흉보는 것이 집안 망신인 줄 왜
모르겠느냐만, 신문에 난 내 글을 읽고 그럴듯하게 변해가는 남편을 보면,
집안 망신쯤이야. 일단 나부터 편하게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데 많이 좋게 변했어. 훌륭해.”
슬쩍 띄워 주며,
“어차피 맺어진 인연 오손도손 잘 살아보자고요.”
오랜 결혼생활 질기게 끌고 당기며 가는구나!
ㅋ ㅋ 지혜로운 각시, 넉넉하게 맞추어 주는 신랑...저절로 독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질 정도로 보기 좋습니다!
ReplyDelete오래오래 그렇게 지내시도록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