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왜 이렇게 예뻐졌어?”
친구의 얼굴이 해맑아진 것이 뽀얗고 요염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파운데이션이 허옇게
뜬 얼굴은 윤기 흐르는 민얼굴로, 자다 나온 듯한 엉클어진 뒤통수와 부스스했던 머리카락은 야들야들한 머릿결로
아침 햇살을 받은 물결처럼 빛난다. 마지못해 미소 짓던 입은 소녀처럼 발그스름한 뺨 밑에서 앵두 입술로 연실
생글거리니 뭔가 있다.
워낙에 남의 사생활을 캐지 않는 나인지라 알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도 참고 관찰만 한 것이 언제부터였든가? 하늘을 나는 깃털 같은
친구의 경쾌한 움직임은 반짝반짝 광채를 발하며 행복의 기를 전한다.
“자기 연애하지?”
친구가 한 옥타브 높은 큰 소리로 깔깔 웃는 것이 내 추측이 맞았나 보다.
“내가 살면서 가장 큰 실수가
결혼이고, 가장 잘한 일이 이혼이었잖아. 드디어 나의 이상형을 만났다는
것 아니야. 이렇게 뒤늦게 만날 줄이야!”
“어쩐지 빛이 나더라.
좋겠다.”
우리 나이에도 사랑할 수 있다니. 사랑의 힘이야말로 위대하다.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게 해, 축 처진 감정을 일으켜 세운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ego'를 버리고 상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상형을 너무 늦게 만나 아쉽지만,
96세까지 함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 고 약혼자가 말했어."
왜 하필 96세. 아마도 지금 나이에다 40을 얹어 놓은 모양이다. 즐거운 비명에 옆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우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생기발랄하게 재잘거렸다.
친구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에 왜 내가 사랑에 빠진
양 흥분하는지? 어릴 적부터 간접사랑에 익숙해진 나는 남의 사랑도 내 사랑이거니
착각하며 행복해하는 취미가 있긴 하지만.
벚꽃이 만발하던 23살 봄날도 또 다른 친구의 사랑 타령을 듣다 흥분한 나는 친구를 꼬드겨
진해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진해 해군기지에 장교로가 있던 친구의 보이프렌드를 찾아 나선 것이다.
군인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우물쭈물 서로 등을 떠밀며 해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서성거렸던 장면까지는 생각나는데…, 그다음 기억은 희미하다가 어두운 밤하늘, 눈꽃 송이처럼 빛나던 벚꽃 아래 머리를
맞대고 사랑을 나누던 남녀, 저만치 떨어져 남의 사랑에 가슴 설레던 내 모습은 선명하다.
친구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이혼이었다고 했지만, 더욱더 잘한 일은 혼자 외롭게 지내지 않고 이상형을 만나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재창조한 일이다. 연예는 친구가 하는데 왜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지?
친구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이혼이었다고 했지만, 더욱더 잘한 일은 혼자 외롭게 지내지 않고 이상형을 만나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재창조한 일이다. 연예는 친구가 하는데 왜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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