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전에 시집 못 가면 출가할꺼야."
엄마한테 협박 아닌 협박으로 말한 친구의 딸에게
"그럼 절을 새로 지어서 함께 출가하자"
고 친구가 말하자 고 틈을
타서
"이 사찰 저 사찰 기웃거리며 떠도는 이 보살도 함께 껴 주면 안돼?"
나는 끼어들었다.
친구 딸은 31살, 전공이 나와 같고 오랜 유학기간 뉴욕에서 함께하다 보니 엄마를 제치고 우린 친해졌다.
어느 날, 친구 딸이 머리를 짧게 카트하고 나타났다. 자연 그대로의 싱그러운 아이 모습이 어찌 그리 상큼하고 발랄한지.
“어디서 머리 했어?
나도 똑같이 하고 싶어.”
그 애를 따라가 머리를 잘랐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아이는 머리를 약간 길게 해 뽀글뽀글
볶고 나타났다. 야린 여릿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몸매 그리고 작은 얼굴에 잘 어울렸다. 볶은 머리칼 사이로 개구쟁이처럼 씩 웃는 매력적인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나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 봤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젊어지고 싶어 환장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자가 부끄러운 듯 슬쩍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양손이 얼굴을 덮었다.
아이는 멋쟁이다. 잘 매치해서 입은 옷 위에 걸친 액세서리와 스카프 그리고 들고 다니는
가방, 신발 등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됐다. 나름대로 잘 입어 보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친구 딸만 보면 왜 그리 따라 하고 싶은지. 계속 귀찮게 물어 따라 할 수도 없고 이 답답한
마음을 아이는 모르리라.
아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일 처리도 잘하고 성실하다. 부잣집 딸답지 않게 검소하고 겸손하기까지 하다. 재치 있고 유머감각도 뛰어나 함께 있으면 배꼽 빠지게 웃는다. 남녀노소를 초월한 화술에도 능하다.
어릴 적 어른들이 이야기할 때, 옆에서 호기심 어린 눈길과 귀를 쫑긋거리던 아이는
나이 많은 사람들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내가 할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것은 미련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내가
"이런 딸 하나만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갔다.
그렇다고 감히 며느릿감으로, 친구가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아 우리 큰아들보다 6살이나 많지만, 서로 좋다면야 나는 괜찮은데..., 친구는 아니겠지? 더 좋은 사윗감을 찾을 텐데.
"사랑스러운 아이야, 이 아줌마가 늙어서 홍시 뭉개지듯 뭉개져 있어야 하는데 나잇값 못하고 너를 따라 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딱 한 번만 더, 먼젓번에 입고 나온 코트에 달린 액세서리는 어디서 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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