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9, 2013

다시 버려진다면

쏜살같이 달려 멀어져가는 차 뒤꽁무니를 보며 아찔했다. 갑자기 우주에 홀로 남겨져 사막에 떨어진 느낌이랄까. 눈물이 쉴 새 없이 주르르 흘렀다

낯선 길가에 내동댕이쳐져 혼자가 된 것이다. 혹시나 차가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동안 기다렸지만 한번 떠난 차는 되돌아오지 않았다어디로 가야 할지?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노을이 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터질 듯한 머리와 무거운 다리를 끌고 차가 사라진 쪽을 향해 걸었다붉은 석양이 짙푸른 색을 띠다 어두워지더니 암흑 속에 걷고 있는 나는 추위에 떨고 있었다. 흐르던 눈물도 마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둠 속 저 멀리 붉은 글씨로 담담하게 써진 ‘MOTEL’ 네온사인이 슬프게 빛났다. 지친 몸을 이끌고 모텔로 들어갔다. 씻지도 않고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밤새워 뒤척이다 고개를 드니 커튼 사이로 훤하게 날이 밝았다. 까만 밤을 지새우고 밝아오는 아침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어제 떠오른 모습과 너무도 다른 태양은 나를 탓하는 듯했다. 방 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모텔에서 나가야 할 시간인 12시까지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며 누워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아주 먼 곳으로 가야 할까? 그러나 나에겐 갈 곳이 없다.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남편은 나를 픽업하러 왔고 나는 남편과 눈 마주침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집에 오는 내내 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남편과 타 지역 마켓에 갔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뭔가 잘못 계산된 것 같은 느낌에 케셔 앞에서 영수증을 들여다보며 머뭇거렸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나가자고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 잘못 계산된 것을 찾아냈다. 작은 액수지만 나는 정정하고 싶었다
"그냥 나가자고." 
남편은 내 계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재촉했다. 나는 남편의 재촉을 무시한 채 케셔와 실랑이를 했다. 참다못한 남편이 획 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정정을 하고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화가 난 남편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남의 눈치는 잘 보면서 와이프인 내 입장은 헤아리지 않아."
잔소리하다 차에서 버려진 것이다.

어둠이 내리는 석양 속에 쏜살같이 달려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면 슬퍼진다. 그리고는 냉정해지다 싸늘해진다. 언젠가 또 내 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또다시 버려진다며 이번엔 총알처럼 사라질 차의 반대 방향으로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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