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헤어지기 싫은, 헤어지면 생각나는 사람을 친구라 부를 수 있을까?
“정말 웃겨. 재밌단 말이야.”
친구와 저녁 먹으며 떠들던 생각을 하는지 남편이 킥킥 웃었다.
“스트레스 확 풀렸지?”
우리를 즐겁게 해준 친구 덕분에 기분 좋은 날들이 많았다.
잘 통하는 친구와의 만남은 즐겁고,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 특히나 이 친구는
재치가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능이 있다. 만나면 즐겁기도 하지만
뒤끝이 없어 청량제를 마시고 난 느낌이다.
우리는 식당에서 실컷 떠들다 헤어지려고 밖으로 나왔다. 서로가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길가에 서서 머리를 맞대고 또 한참을
떠들었다. 헤어지면서도 오늘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았으니 곧 다시 만나자며 아쉬워했다.
“우리 차에 타. 집까지 데려다 줄게.”
우리의 수다는 차 안에서도 끝없이 이어졌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혹시나 내가 한 말이 친구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사람을 만나
떠들고 나면 잠을 설친다. 그러나 이 친구하고는 그런 잠을 설치는 일이 없다. 푹 자다 웃음이 나 깨곤 했다. 며칠은 그녀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실실 웃기도 하며.
아주 오래전 그녀와 우리 부부는 꽁치 몇 마리를 구워 저녁을 함께했다. 고소한 냄새에 견디다 못한 엄지손가락만 한 생쥐가
튀어나왔다. 수저를 뜨다 쥐를 보는 순간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의자 위로 튀어 올라
손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뛰는 쥐를 쫓으랴, 놀랜 우리 모습을 쳐다보랴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났다. 평상시에 유난히 깔끔 떨던 나의 체면은 확 구겨져
안절부절못하며 사라진
쥐가 또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재치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꾸며 나의 기분을 감싸 줬다. 그녀의 배려 덕분에 즐겁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는데.
그녀가 죽었다니! 모임에 갈 때마다 보고
싶어 기웃거리며 찾던 그녀의 솔직하고 밝은 표정을 다시 볼 수 없다니! 자동응답기에서 흘러나오는 굵직한 바리톤과 낭랑한 소프라노를 버무려 놓은 듯한 음성을 이제는 들을 수 없다니!
그녀는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을 만큼 사람을 좋아했다. 능력도 많아 한인 사회에서 많은 활동을 했던 그녀야말로 더 오래 살아야 했는데. 친구와의 즐거웠던 기억이 생각나면 실실 웃곤 하며 또 만나고 싶어했던 나의 입에선 한숨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친구야, 어디쯤 가고 있니? 가던 길 멈추고 돌아올 수는 없는 거야? 왜 그리도 일찍 간 거야?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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