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6, 2013

사랑을 얻어라

부부 사이는 부부만이 안다고 한다.

지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지인 남편이 지인에 대한 사랑이 식었음에도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그녀가 남편과의 불화를 말했을 때, 그들의 다툼을 일일이 듣고 흥분하고 화해 할 방법을 모색하느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부부 사이를 보면서 나는 점점 말을 잃어갔다.

한 해에 서너 번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아직도 남편을 좋아하느냐?’고 그녀는 변함없이 그것도 주저하지 않고 한마디로 하고 대답한다.

그녀의 하는 소리는 내 심장을 치고 나의 시선은 둘 곳을 찾지 못해 허공을 돌다 천천히 그녀에게로 조심스럽게 옮겨간다. 마음이 애처로워서 할 때 표정을 제대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존심도 없느냐. 이젠 그만하고 떠나라.’고 말할 수가 없다. 사랑받지 못해도 변함없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의 고귀한 사랑에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 같으면 벌써 인연의 끈을 놓았을 텐데 그녀는 남편의 무관심에도 변함없이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을 위한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점점 소중하게 다가왔다.

분명히 철없던 시절 뭔가 잘못 했을 수도 있고, 어설픈 방법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접근했을 수도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고 밀어내기만 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그리 흥미로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상대방의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면을 받아들여 생활에 변화를 준다면 그 또한 살아가면서 잔잔하고 재미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맺어진 인연 조금 봐 주면 안 되는가?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용서하고 살면 안 되느냐고.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한 것도 아닌 그저 나와 다른 의견에 그리도 오랫동안 화를 내며 밀어내기만 하느냐고.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만이 절박하고 나 자신의 체험만이 절대적인 진실인 양 자기 중심적인 독불장군처럼 홀로 고고히 존재하는 지인 남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치고 싶다.

오랜 세월, 그 무엇보다도 그녀가 원하는 것이 남편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도 사랑을 얻어라.’ 

1 comment:

  1. 그 남편분의 뒷통수를 한대 탁 갈겨주고 싶다는...

    말씀대로 보듬고 위해만 주기에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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