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25, 2014

날벼락 핼로윈

지금은 잊힌 일이지만 우리 부부를 엄청 당황하게 한 옛일을 갚겠다며 일본에서 일하는 아이가 돈을 보냈다.

하루는 경찰관 누구인데 아무개 엄마냐고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난데없이 아이가 경찰서에 있단다. 너무나 놀라 심장이 멎는 같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우리 착하고 말잘 듣는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 다시 이름을 확인하니 분명히 우리 아이다. 19 미만이라 부모가 와야 한단다. 남편과 나는 혼이 나가 허둥지둥 맨해튼 경찰서로 달려갔다.

아이가 어릴 100점을 받아오면 엄마들은 혹시 천재는 아닌가? 아니면 영재인가? 하는 착각을 하는 부모가 많다. 나도 그런 부모의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하향하고 실망하며 착각에서 서서히 깨어나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는 사춘기도 무사히 넘기고 대학 2학년이 됐다. 이젠 키웠다고 안심했는데 자다가 웬일이란 말인가. 핼로윈을 좋아하는 내가 어릴 적부터 트릭 오어 트릿하러 가자고 졸라 집에서 읽던 아이가 여자친구에게 끌려나갔다가 이런 변을 당하다니! 일본에서 사 모조 사무라이 칼을 차고 핼로윈 퍼레이드를 하다 백인 할머니의 신고로 잡혀 들어가게 경위였다. 아무리 모조라도 쇠로 것은 무기로 간주한단다.

맨해튼 다운타운 센터 스트릿 법정으로 오라는 쪽지를 받았다. 아이의 기록에 흠집이 났다. 미래가 걸린 일이라 거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정으로 갔다.

수몰코트에 많은 사람이 아침 9 반까지 와서 받은 쪽지를 주고 기다려 사람씩 판사 앞으로 나가 판정을 받았다. 재판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달리는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침을 뱉다가 잡혀 사람, 가게에서 잔돈을 거슬러 던져시비가 붙어 사람도 있고 부부싸움 하다 , 심각한 범죄는 아니나 일단 경찰 눈에 띄고 걸리면, 한마디로 재수가 나쁘면 잡혀 기록에 남고 변호사를 선임하며 일이 커진다.

아이는 하루 공원에서 청소하면 기록이 지워진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때 들어간 변호사 비용을 갚겠다며 일본에서 보내온 돈이다. 괜찮다며 사양했으나 꼭 갚고 싶다니 못 이기는 척 받을 수밖에.

다민족이 모여 사는 가장 도시 뉴욕이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는 이유를 아이를 통해 새삼 확인했다. 맨해튼 다운타운 센터 스트릿 법정으로 다시는 가는 일이 없게 부부싸움도 소리 죽여가며 조심조심 조용하게 하다가 악다구니 쓸 일 있으면 양키구장으로 가자. 왜 이사회가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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