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8, 2014

나이스 샷

쨍하는 맑은소리가 공을 잽싸게 밀어내며 높고 파란 하늘로 화살처럼 날아간다. J의 헤 벌어진 입, 날카로운 매 눈은 공을 쫓는다. 깃발 가까이 그린에 사뿐히 공이 떨어졌다
"나이스 샷~"

"팍" 
소리내며 흙 묻은 잔디 덩어리가 옆으로 널브러지며 공은 멀리 가지 못했다. L은 패인 잔디를 제자리에 묻고 발로 꾹꾹 누르고는 가까이 있는 공을 찾아 다시 쳤지만, 여전히 바람 빠진 풍선마냥 떨어졌다.

나는 카트 핸들에 턱을 괴고 두 친구의 골프 치는 모습을 구경했다. 멋진 폼으로 정신을 집중해 작은 공을 멀리 날려 깃발 밑 작은 구멍에 넣으려는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난 왜? 그 작은 구멍에 정성을 쏟아 공을 넣고 싶지가 않은지?

친구들에게 끌려 딱 세 번 골프장에 갔다. 처음엔 골프채도 잡아 본 적이 없는 내가 잘 다듬어진 잔디밭에 들어가기가 송구스러워 언덕에 앉아 골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두 번째는 골프 연습장에서 스윙하려는데 옆에서 치던 남자가 답답했는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며 갑자기 내 등 뒤에 바짝 다가섰다
"이렇게 치는 거예요."
그 남자의 찌릿한 땀내가 확~, 기분이 몹시 더러웠다. 내가 친 공이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속으로 꺼지든 말든 참견인지.

폼을 잘 잡고 정신을 집중해 공을 넣어 돈이나 번다면 모를까?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다. 한번 골프 맛을 들이면 미친다는 사람들처럼 그 맛을 모르는 무지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네 일상은 골프공을 작은 구멍에 반복해 명중해야 하듯 경쟁하느라 긴장 속에 바삐 산다. 그런 빠듯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골프장을 찾는데 그곳에서까지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내키지 않는다.

J가 자신감에 넘치는 폼으로 신중하게 골프채를 휘두르니 하얀 공이 파란 하늘을 날아 깃발 가까운 그린에 또 떨어졌다
"나이스 샷." 
내 입에서도 토종 감탄사 
"아이고."
기쁨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래서 골프를 즐기나 보다J는 내가 알지 못하는 4’를 외치며 신이 난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트를 급하게 몰아 다음 홀로 사라졌다.

푸른 잔디는 지는 해를 받아 힘없이 색을 잃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 J와 L은 언제나 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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