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떠드는 ‘노후 준비’가 남의 일이 아닌 듯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엔 관련 기사에 눈길도 주지 않던 내가 요즘은 깨알 같은 글씨도 놓치지 않으니.
노후 준비를 남편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나 혼자서라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우선 나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들을 없앨 수만 있다면 하나씩 쓰레기 치우듯 정리하기로 작정했다. 그중의 하나가 ‘뱃살’ 요것이 항상 붙어 다니며 나를 언짢게 한다.
알고 지내는 동료 화가 오프닝이었다. 허리가 잘록한 원피스를 입었다. 예전에 없던 뱃살이 울리 불리 물결치며 거울에 비쳤다.
손 백으로 앞부분을 가렸지만, 옆은 어떡하고! 스카프를 양쪽으로 늘어트려 옆구리 살도 가릴 수밖에.
내 뱃살은 양반이다. 오랜만에 만난 어느 동년배의 뱃살은 가리고 덮어도 막무가내로 나왔다. 아주 곱고 가냘팠던 사람이….
남의 일이 아닌 듯 겁이 덜컹 났다.
뱃살, 네가 뛰어봤자 내 배에 붙었는데 ‘요걸 그냥 확’ 하며
시작한 싸움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았다. 한번 붙으면 절대 떨어져 나가려 하지 않는 뱃살이라는 것이 배꼽
밑에서부터 올라오다 옆구리로 퍼져 나가고 드디어는 명치를 치받고 올라온다.
“여자가 허리선이 사라지고 몸이
부풀면 다리가 휘고 여자로서의 매력은 끝이다. 항상 운동으로 같은 몸무게와 잘록한 허리를 유지 하도록 해라.”
던 친정아버지 충고를 등한시했더니.
일단 먹는 밥을 줄였다. 특히 저녁을 조금 먹었다. 공 위에 배를 얹고 하루에 10분, 처음엔 배가 아프더니 견딜만해 졌다. 옆구리 운동,
윗몸일으키기 그리고 무릎 구부리고 다리 올리기를 자나 깨나 틈만 나면 했다.
‘모자란 듯 아쉽게 먹어라,
배고플 때 지방이 탄다.’는 사실에 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참았다. 배고픈 상태가 없어지며 정신이 맑아졌다. 하도 배를 들볶자 지쳤는지 밀가루 반죽을 치대면 부드러워지듯
단단했던 뱃살이 말랑말랑해지며 슬슬 달아나기 시작했다.
바쁜 일로 방심하면 달아난 뱃살이 돌아오고 달아나고를
반복하며 내가 원하는 엉치뼈와 평행선을 긋듯이 납작하게 빠지라는 뱃살은 조금 빠지고 기력이 빠져 드디어는 지쳐 몸져누웠다. 기운이 빠져 누워있으니 만사가 귀찮고 살고 싶은 마음마저 희미해졌다. 노후준비가 아니라
죽으려고 환장했다.
건강을 잃은 후 납작한 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먹고 기운부터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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