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금발머리의 눈물로 가득 찬 푸른 눈동자의 핸섬한 남자가 어두운 퓨너럴 홈에 서있다.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고 관 속에 누워있는 나이 든 여자를 넋을 잃고 들여다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저무는 저녁노을을 받아 몹시 슬퍼 보였다.
맨해튼의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서른이 넘도록 뉴욕 밖을 나가 보지 못할 만큼 바삐 살았다. 아르바이트하며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느라 부족한 장례 비용을 와이프의 언니에게 꾸는 과정에서 불화가 생겨 이혼했다.
또한,
그에게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여 스토리지에 넣어 보관하는 비용도 솔찮게 내고 있다.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 그의 등이 어찌나 애처롭고 작아 보이는지, 성실하게 살아온 그에게 큰 바위 덩어리 같은 짐을 지워 놓고 간 그의 부모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외아들인 그를 무척 사랑했다고 하는데.
그의 돌아가신 엄마의 통장엔 한 푼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엄마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 두 달 치 렌트비를 내가며 유품을 정리한 후 또 다른 스토리지에 보관했다. 그가 언제나 장례
빚을 청산하고 기반을 잡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꼭 부모가 죽어서 많은 재산을 남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장례 비용과 그들이 살다간 흔적을 치울 수 있을 정도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죽기 전, 건강할 때 집안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정리해서 뒤에 남은 자식들이 최소한 버려야할지 보관해야할지를 골머리 썩지 않게 해 주던지.
오래전 신문에서 읽은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어느 나이 든 노인이 죽기 전에 자신이 죽고 난 후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는 퓨너럴 홈까지 운전해 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차 안에서 죽었다는 연극무대와도 같은 내용이다.
나는 죽기 전 퓨너럴 홈까지 운전해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차갑고 어두운 땅 한 자리 차지하고 묻히고 싶지도 않다. 할 수만 있다면 쓸만한 장기는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화장해서 내가 자주 가던 숲길에 뿌려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알려 부조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혹시라도 떠나가는 나를 우연히 누군가가 보러 왔다면 마지막 가는 길에 와인이 곁들인 따뜻한 식사 대접을 해 줬으면 한다. 관은 가장 싼 나무 널빤지라면 더욱 좋고 늙은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관 뚜껑은 열지 말았으면 한다.
쓰레기로 남겨질 나를 치울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남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건강할 때 정리해서 버릴 것 버리고 장례비용만은 부족하지 않게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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