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3, 2014

여름의 끝자락

"올 여름장사 다 틀렸구먼."
남편이 여름 내내 투덜댔지만 어쩌겠는가? 날씨가 덥지 않았으니. 살다 살다 이렇게 선선한 여름은 처음이다. ‘지구가 병들었나?’

나름대로 지구를 보호한답시고 에어컨도 없고 가스와 물도 아껴 쓰고 전기 코드도 빼놓고 사는데. 식탁 위의 음식은 남김없이 뱃속으로 쓸어담아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며 한 몫 거두는데도 지구는 정말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인가?

여름장사도 장사지만 이가게 저가게 기웃거리며 길을 걷다가도 고객이 뜸한 가게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닌 듯 마음이 쓰리다. 왜냐? 허구한 날 물건 사고파는 일보다 그날 하루 메꾸어야 하는 돈이 얼마인가를 계산하고 준비하며 동분서주하던 장사꾼 아버지 딸로 태어나 자란 탓이다

돈이 잘 벌리면 투자하고 메꾸느라 돈을 돌리고 또 투자하고 메꾸고를 반복하던 아버지를 보며 나는 절대로 장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많이 번 만큼 많이 쓰고 투자를 멈추지 않으니 항상 돈에 쫓기는 듯 불안했다.

"부동산은 우리를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우리가 부동산을 배반 (처분)하면 모를까.’ 부모가 저세상으로 가고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아이들이 친구가 멀리해도 한자 풀이대로 不動産 (움직이지 않는 재산)만은 항상 제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말씀하던 아버지는 돈이 돌면 오로지 부동산에 투자했다장사가 안되면 어렵게 구매한 것을 처분하기도 했지만. 그러니 동네 저잣거리의 장사가 잘되고 안됨이 남의 일이 아닌 듯 본능적으로 걱정이 된다.

한여름 내내 차가운 바닷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렸다. 늦여름,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보며 90도가 넘는 날을 기다렸지만, 전혀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88도인 8월 마지막 주중,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바닷가로 달렸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바다를 찾았는지 모세비치로 들어가는 다리가 꽉 막혔다.

바다도 병든 것일까?’ 간장 끓일 때 생기는 누르스름한 거품을 잔뜩 안은 파도가 쉴새 없이 밀려왔다. 물에 한번 몸을 담그고 더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종아리만 파도에 맡기고 주위를 둘러봤다. 여자들 대부분이 가슴을 들어 내놓고 서성대고 옷을 홀딱 벗은 늙은이가 순찰경찰의 경고를 받고 있다. 내놓을 만한 그럴싸한 몸매라면 나도 젖은 수영복을 벗고 드넓은 바닷가를 홀가분하게 걷고 싶다. 그럴싸한 몸매가 아니라 경고받을 일도 없겠지만, 아쉽게도….

올여름은 이렇게 여름답지 못하게 정녕 가는 것인가?’ 
아쉬움에 떠나가는 여름을 붙잡고 매달리기라도 하는 듯 오랫동안 따뜻한 모래밭에서 뒹굴었다.  

잠깐, 바다 산 강들이 변함없이 늘 나를 기다리며 반기는 것이 이것들도 부동산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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