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오다 내 개인전 오프닝 시간에 맞춰 날씨가 화창하게
개였다.
"오프닝 날씨가 이 정도는 되야지!"
남편에게 한마디 던졌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의 전시회 때마다 거의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날씨 좋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서 전시했다. 걱정 붙들어 매고 있다가 떠나던 날 뉴욕의 폭설로 비행기가 한 대도 뜨지 않았다.
오밤중에 눈 속을 뚫고 4시간 걸리는 워싱턴을 9시간 운전해 가서 간신히 비행기를 구걸하다시피 얻어 타고 갔다. 충혈된 눈으로 오프닝으로 직행했다.
가장 추운 기록을 남긴 겨울 오프닝, 물난리 난 오프닝, 본인 말로는
용띠라서 물을 부른다나. 어려운 시절 직장이라고 구해 처음 출근한 가게 지하실에 물이 차 온종일 물 푸다
왔다고 투덜 되지를 않나, 친구 집에 모처럼 초대받아 갔더니 하수구가 막혀 도와 달라지를 않나.
뒤뜰에서 바비큐 하는 날 비가 와서 비닐을 치고 우중 파티도 했다. 우산 쓰고 고기 굽고 비닐 위를 내리치는 빗소리 들으며 마시는 와인 맛은 그야말로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뒤뜰에서 바비큐 하는 날 비가 와서 비닐을 치고 우중 파티도 했다. 우산 쓰고 고기 굽고 비닐 위를 내리치는 빗소리 들으며 마시는 와인 맛은 그야말로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아무튼, 남편 (이일, 어느 독자 말로는 2 1) 이름 그대로 가는 곳 마다 이일저일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듯하다.
스튜디오엔 하수구 뚫는 연장이 종류대로 즐비하다. 그래서 내가 붙여준 별명이 ‘뚫개리’다. 평화롭게 살던 나도 결혼 후부터는 남편의
운명에 발맞춰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아예 뒤처리용 무수리가 됐다.
무수리인 나의 오프닝에 비가 오다 날씨가 화창하니
반색할 수밖에.
멀리 코네티컷에서 기차 타고 지하철 갈아타며 여러
사람에게 물어물어 나의 오프닝에 찾아왔다는 독자의 이야기를 쓰려다 삼천포로 너무 멀리 빠졌다. 아무튼, 6시부터 주차할 수 있는
갤러리 문앞에 세워 놓은 차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동양사람이 드문 트라이베카 (Tribeca)에 동양여자가 우산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사용하지 않는 갤러리 문을 열려다 실패, 되돌아가려는
순간, 직감에 ‘내 독자다.’ 차에서 내려 뛰어가 잡았다.
자그마하고 인상이 선한 독자다. 신문으로만 내 글을 읽다 용기 내 먼 길을 왔단다. 매우 고맙고 반가웠다. 일 년 전부터 신문에 난 내 글을 읽는다며 예전 글을 읽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내 블로그에 가면 다 읽을 수 있다며 블로그 주소를 e-메일 해 줬더니 답장이 왔다.
"아이가 사탕 한 개 아끼면서 먹었는데 갑자기 사탕이 박스로
생긴 기분이예요."
글도 달콤하게 잘 쓰는 독자다.
‘뭘 좀 아는, 뭔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독자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몰라도 독자들은 나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에 이 무수리는 움찔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