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피부에 뒤통수 없는 납작한 얼굴, 눈은 갈수록 처지고 게다가 윤기 빠진 머리털까지 한몫 거든다.
그나마 눈에 뜨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행이지.
머리를 싼 곳에서 자르면 싼 맛에 그러려니 하지만
비싼 곳을 물어물어 기대하고 자르고 나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함에 지쳤다고나 할까? 나의 밋밋한 얼굴과 머리통을 살려 보려고 애쓴 미용사 탓도 못하고.
맨해튼으로 와서는 어디서 머리를 잘라야 하나 고민이다. 주변 미장원 안을 기웃거리며 어찌해야 할까를 망설이다 무료로 잘라주는
곳을 찾아냈다. 미용실과 미용학교를 겸한 맨해튼에 여덟 군데 지점이 있다는 곳,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 30분 까지만 가면 공짜라니
부리나케 찾아갔다.
미용 학원 학생들이 무료로 자르러 온 사람 중에 자르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서 얼굴형에 맞는 머리 스타일을 선생들과 의논한다. 우선 선택된 4명에 대한 토론이 끝나면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선생이 잘못 자른 곳을 지적하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마무리해줬다. 선생들은 모두가
남자였다. 무료로 자르러 온 남자들이야 머리 스타일이 거의 똑같으니 토론도 없이 여자들이 끝나고 나면 잘랐다.
나는 우리 큰 아이 또래의 학생과 한팀이 되었다. 주고받는 대화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이민자인 듯했다. 미용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얻으려는 그의 손길은 긴장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잘 못 잘라도 괜찮으니
편안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위로하며 맡겼다.
내 머리카락을 필요로 하는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 숙인 상태에서 1시간이 넘는 가위질로 목이
아프고 지루했지만, 공짜라는 것을 생각하면 견딜만했다.
정말 공짜라 설까? 지금까지 자른 머리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시회 오프닝에서 서너 사람들이
"머리 어디서 잘랐어요?"
물었다. 주소를 알려줬으니 성공한 셈이다.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 돼. 그 많던 앞머리 숱 다 어디 갔어?”
남편의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쓰디 쓴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구글 검색에 ‘Free (공짜)’라고 일단 쓰고 또 다른 공짜를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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