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1, 2014

폭설 속에서

눈발이 날린다. 창밖을 내다보며 좀처럼 쉽게 끝날 눈이 아님을 확인하고 난 동면 준비를 한다. 창가에 조르르 줄지어 놓인 선인장에 물을 주고 침대보도 갈며 청소하면서.

누구는 집 나갈 때 곰국 한 솥을 끓인다는데 배추를 쪽쪽 찢어 된장국 한 솥을 끓였다. 남편 왈, ‘브루클린 여물이라는 배춧국이다. 물론 밥도 한 솥 가득 온갖 잡곡을 넣어 준비했다.

눈이 쌓였다가 녹으며 얼어붙었다. 길거리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드디어 집 귀신인 나에게 상 줄 날이 온 것이다.

아침마다 남편에게 딸린 강아지처럼 끌려다니던 산책도 멈추고 집에 처박혔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목욕탕 안에 오랫동안 있었다.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긴 낮잠을 잤다. 그리고 그날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잠이 들었다커피 끓이는, 냉장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오는 남편의 인기척에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커피를 머리맡에 놓고 내 동태를 살피다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간다.

토스터에 빵 넣는 소리를 듣고는 도로 잠에 빠졌다. 잠이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간과 공간을 헤맸다. 낯선 사람들이 수시로 문을 열고 들락거리는 비몽사몽의 상태로 불안했지만 일어나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부엌에서 인기척이 또 났다. 남편이 배춧국에 밥 말아 먹는지 서걱서걱 깍두기 씹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의 배를 채우는 소리에 나는 또다시 낯선 곳으로 떠났다가 배가 고파 눈을 뜨니 오후 4시다.

오래된 히팅 파이프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다 맑은 개울물 흐르는 선명한 소리가 났다. 음악이 흐르는 커피 향 가득한 실내에서 짙은 버터 향의 감미로운 마들렌 과자를 커피에 적시며 우아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나는 어디 갔는지?

양푼에 밥을 가득 담고 그 위에 갓김치를 듬뿍 얹었다. 그리고 고추장 큰 술을 넣고 비볐다. 풀어헤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뻘건 입을 손등으로 닦는다. 빈 양푼을 내려다보는 초점 잃은 눈이 또다시 스르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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