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되기 전에 남편에게 잘혀.’
사랑받는다고 자만하고 주제 파악 못 하고 날뛰며 꼬리 심하게 흔들다 떨어져 나간 털을 말하는 것인지?
아무튼, 삐딱하니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사람 저 사람 블로그를 기웃거리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모두가 한 가닥 한다는 작가 못지않다. 머릿속에만 묻어 뒀던 생각을 인터넷 지면에 쏟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세련된 표현력을 내 뿜는 것이 아닐까?
글공부도 하지 않고 그럭저럭 편지나 감질나게 쓰던
내가 토요일마다 커다란 신문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내 작품과 함께 곁들이니 미안, 고마움, 멋쩍음을 동반한 불안함이 없지 않다.
‘이러다
나야말로 개털 되는것 아닌가?
자만하지 말고 조신하게 좋은 글을 써야 하는데 좋은
글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우선 원고 마감 시간에 늦지 않게 부지런히 글을 보낸다. 직감과 감성을 총동원해 쓸 소재를 찾아 눈을 굴린다. 써 놓은 글을 그림의 한 장면을
보듯 기억해내 수정한다. 못생겼으면 공부라도 잘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직장 시작 시각보다 항상 일찍 출근해서 일 할 준비 해라."
실력이 없으면 성실함이라도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글 쓴다, 그림 그린다고 나대다 남편이 떨궈버린 개털 되지 않으려고도 애쓴다. 남편이 좋아하는 만두를
열심히 빚고 있다. 한번에 수백 개씩 빚어봐야 한입에 쓸어 넣어 금방 바닥 날 일이지만. 일일이 재료들을 조각내야 하는 만두 속 만들기가 좀처럼 싶지 않다.
만두 빚느라 아침나절 휘어진 허리를 펴고 창밖을 내다봤다. 앞집 여자가 빨래를 넌다. 일명
‘만두 부인’인 나도 만두를 수백 개씩 수시로 빚지만,
저 여자 또한 ‘빨래 부인’인 듯 허구한 날
빨래를 해 된다. 네 신세나 내 신세나 별다를 것이 없다는 듯 우리는 창문너머로 씁쓸한 웃음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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