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언제나 부드럽고 푹신한 친정아버지 손안에
있었다. 아버지가 건강히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엄마 손은 어떻게 생겼었지?’ 생각해보지만, 손의 모습과 촉감이 기억나지 않는다. 손아래 동생을 낳은 후 평생을 아파 누워 있었던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 손은 어떻게 생겼었지?’ 생각해보지만, 손의 모습과 촉감이 기억나지 않는다. 손아래 동생을 낳은 후 평생을 아파 누워 있었던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갔다 오면 으레 엄마 옆에 누워있다 잠들었다. 엄마는 저녁 먹을 때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내 종아리를 엄지와 검지
발가락으로 꼬집다가 ‘학교 가야지.’ 하곤 했다. 벌떡 일어나 가방을 찾으며 깨우지 않았다고 신경질을 내는 나에게 차가운 작은 콜라병을 쥐여주며 깔깔 웃곤 하던 엄마.
저녁노을로 붉어진 창밖을 내다보며 단숨에 들이키는 톡 쏘는 달콤한 콜라 맛 같은 우리 엄마는 아파 누워서도 어찌 그리도
내가 뭘 원하는지를 다 알고 있었는지!
결혼 후 처음 시어머니가 뉴욕을 방문했을 때, 무의식중에 시어머니 손을 잡았다. 누구도 잡아 준 적이 없는 거북이 등처럼 단단하고 거칠며 딱딱한 안쓰러운 손은 내 손을 내치지 않았다. 우리는 만나면 항상 손을 잡고 걷는다.
어릴 적부터 잡고 걷던 손을 놓지 않고 성인이 된
아들 둘은 지금도 내 손을 꼭 잡고 걷는다. 그야말로 섬섬옥수다.
친정아버지 손의 두툼하고 부드러운 촉감과는 달리 가늘고 긴 여린 촉감이다. 아버지
손만큼은 편하지 않아 뺄라치면 ‘엄마 차 조심해.’ 하며 더욱 꽉 잡는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걷지 않았다. 아버지 손을 잡고 걷던 내 손은 습관적으로 남편 손에 매달렸지만 내팽개치듯
밀어냈다. 민망스런 내 손은 주머니를 들락거리다 포기하고 주머니 밑바닥만 만지작거렸다.
요즈음 남편은 내 손을 가끔 잡아준다. 단단하고 딱딱하다. 30년 이상
볼펜을 휘두른 손힘이 센 화가인 남편 손에 잡히면 좋기는커녕 얼얼해서 빼고 싶지만, 싫다는 소리도 못하고
꾹 참다가 ‘아이고 손이야!’ 하며 소리 지른다. 눈치 없는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줄 알고 더욱 힘을 준다.
아파도 참고 남편 손을 놓지 않고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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