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정자를 지나 시냇물을 건너 이어지던 숲길은
끝났다. 저 멀리 숲 속엔 더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인이 붙어있다.
끊긴 오솔길로 들어가면 옛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은 아쉬움으로 숲 속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 전 파티에서의 우리들의 만남도 언젠가는 사진이
바래듯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옛 시절이 되겠지?
차를 타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푸른 숲 속에 그림
같은 집에 사는 친구가 파티를 열어 초대했다. 남편은 다른 모임에 갈
일이 있어 누군가의 차를 타고 가야 했다. 남의 차 얻어 타기를 무척 꺼리며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한 친구가 남편과 오는 친구의 차를 함께 타고 갈
수 있게 주선해줬다. 난 그냥 슬쩍 묻어가는 신세다.
‘어제 드라이브해 줘서 고마워.’
라는 이메일을 보냈더니 ‘와인 고마웠어.’ 라는 답장이 왔다. ‘내가 준 것이 아니야 함께 타고 간 친구가 두고 내린거야.' 라고 답장을
보냈다. 손도 대지 않고 코 푼 나에게 고맙다니! 순간,
어제 파티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는 분이 커다란 꽃 화병을 들고 뒤늦게 오길레 무거운 것을 들어다 준다며 받아 부엌에 아무 말도 않고 놔두었는데, 들어줄 게 따로 있지 내가 가지고 온 것처럼 그분이 애써 가져온 것을, '아무튼 나의 푼수 짓이 여러 사람 힘들게 할 때가 자주는 아니고 가끔 있으니 좋게 봐 줘요.’ 라는 이메일을 부리나케 파티를 연 친구에게 보냈다.
‘그 꽃은 누가 주셨는지 수임씨가 염려 안 해도 이미 남편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즉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여러 사람이 보기 때문에 사실이 그리 왜곡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종종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라는 답장이 왔다. 천만다행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여러 사람이 보기 때문에
사실이 그리 왜곡되지 않는다.’니 그런 세상이라면 살만한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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