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움직이는 곳마다 물난리, 하수도 막힘으로 ‘뚫개리와 무수리’
어쩌고저쩌고하는 글이 신문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크루즈에서 까지.
돈을 좀 얹은 발코니 선실인데 화장실 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아무 응답이 없다. 선실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 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상냥한 산쟈이
(청소와 서비스해 주는 남자)에게 점잖은 체면에 배에 타자마자 불평할 수가 없었다.
변기 물을 내리는 버튼을 누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누르고 또 누르다 포기하고 나오면 한참 있다 수시로 벌컥벌컥 물을 내리느라
변기도 바쁘고 청소해 보면 아는 산쟈이가 고치는 사람을 수시로 불러대느라 바빴다.
고치면 한두 번은 제대로 작동하다가 도로, 이건 뭐 쉬러 온 것이 아니라 변기 고치러 들락거리는 통에 남편과 나는
점점 신경이 예민해졌다. 남편은 자기가 가는 곳마다 물난리니 자기의 업보라며 참자지만 남편이 볼일 보고 난
후 내려가지 않아 대중 변기를 찾아다녀야 하는 내 신세는 어쩌고!
선실을 관리하는 높은 사람이 왔다. 물을 내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내려갔다. ‘작동이 잘되는 변기를 왜?’ 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분명히 산쟈이도 알다시피 작동이 안 된다.” “몇 시경에 작동이 안 되었니?
저녁이야? 아침이야?” 언제 작동이 안 되는지
기록했다가 알려 달란다.
“야 내가 변기 작동이 잘되는지
안되는지 기록하고 보고 하려고 크루즈를 탄 줄 알아? 너희 이래도 되는 거야? 너희 배를 다시는 타지 않겠다.” 고는 문을 꽝 닫았다.
변기통은 새것으로 교체되고 과일 바구니에 와인 그리고
타월로 온갖 동물을 접어놓고 Complimentary(무료)라고 적힌 카드가 배달되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눈여겨보고 좋아하는 ‘Complimentary(무료)’, 배에서 무료 아닌 것에 관여하면 카드빌이 엄청 불어나기 때문이다. ‘무료’라는 단어를 재삼 확인하고 남편과 잔을 높이 들어 ‘쨍’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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