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6, 2014

배낭여행

평생 단 한 번도 상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까?

미술 대학 진학을 생각지도 않은 친구는 실기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미술대학에 입학한 나는 상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상뿐만이 아니라 부반장은 고사하고 미화부장을 하다가 돈을 잊어버려 아버지가 물어줬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장미선의 여성살롱에 글을 보내 특등 참기름을 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상이라면 상이다.

남이 주지 않는 상 기대하지 말고 내가 나에게 상 주며 살기로 했다. 돈 없고 직장 없는 화가 남편 만나 알뜰살뜰 살았다. 아이 둘 키워 그럴듯한 직장 잡았다는 등등의 명분을 만들어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나에게 주는 상이다건강체질이 아니다. 배낭여행은 감히 생각도 못 한다. 바퀴 달린 가방이 굴러갈 수 있는 곳을 덜그럭거리며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아버지 말마따나 늙어 다리 아파 누워서 떠올릴 추억을 찾는다는 또 다른 명분을 내세우며.

비행기를 알아보고 숙소를 예약하는 여행도 번거로워 그만둿다. 패키지여행으로 돌아다녀도 봤지만, 주마간산 식으로 여행지는 맛보기로 보여주고 버스에 시달리고 물건 파는 곳으로 끌려다니며 쇼핑을 권장하니 시들해졌다자고 나면 딴 나라 다른 항구에 도착하는,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흔들리는 요람 침대를 갖춘, 선실을 수시로 청소해 주는 크루즈 여행이 나의 체질이라는 듯 타기 시작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크루즈 여행 갔다 오자마자 다음 크루즈를 예약한다고 해서 흔들리는 배에 갇힌 여행이 그리도 좋을까 했었다. 그런데 나야말로 시간 맞춰 잡아타야 하는 기차나 버스, 이 식당 저 식당을 기웃거리고 호텔이 어쩌고저쩌고 불평하는 남편과의 엇갈린 분쟁이 덜 한 특히나 음식하기 싫어 허해질 때마다 영양보충도 할 겸 배를 탄다.

이탈리아 나폴리, 배에서 내려 폼페이 가는 기차 정류장에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아 서로 등과 머리를 맞대고 축 늘어져 있는 젊은 동양 커플이 눈에 띄었다. 내가 저 나이 때는 먹고 살기 바빠 꿈도 꾸지 못한 배낭여행을 하는 아름다운 한 쌍을 보니 힘들고 지쳐 보여도 매거진 속의 로맨틱한 한 장면을 보는 듯 부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관광객 발길이 드문 숨은 여행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돌다 예상치 않은 일을 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여행이야말로 배낭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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