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8, 2014

길을 잃다

세상은 매일매일 내가 모르는 것들을 쏟아내며 소외감에 멍청해진 나를 빼돌리고 저희끼리 어디론가 급히 가고 있다. 나름대로 종종거리며 따라가느라 노력하지만 야속하게도 저만치 앞서 가며 나를 비웃는 둣하다.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로부터 일용할 양식이 배달되듯 매일 아침마다 ‘Catch of the day’라는 e메일이 온다.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먹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 군침이 돌고 궁둥이는 들썩거린다. 마침 진정한 뉴욕커가 되고자 했던 차에 얼마나 유용한 블로그인가!

"선생님, 한국에 계신 비평가님이 선생님 칼럼에 코멘트하셨어요~ 최근에 페친 되셨는데, ^^"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는 분에게 받은 e-메일이다.
"페친"
뭐지? 폐를 끼치는 친구? 눈에 익긴 한데 뭐지?’ 하다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머리를 갸우뚱하다 페이스북 친구의 준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뉴욕컬쳐비트에 올린 내 글에 비평가가 코맨트를 한 줄 알았는데 내 글에 대한 코맨트가 아니라 페이스북에 
"이수임 선생님 브루클린에 계실 때 맛있는 밥 주신 적 있는데. ^^ 뉴욕에 가면 찾아뵙고 싶네요."
라는 글이 달려있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브루클린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니! 누구지? 어제는 페친을 몰라 헤매고 오늘은 누군가를 기억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유학시절 지인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벅고 사람들의 화기애애 떠드는 소리를 귀 귀울여 들었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설거지를 거들면 서울 집에 간 듯 포근했다. 그 기억으로 내가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하길 즐기던 남편 또한 한몫 거들기도 했다.

남편은 떠들고 나는 음식 준비한다고 지지고 볶느라 사람들을 건성으로 통성명만 주고받았다. 그 많은 사람 중에 누가 누군지 생소할 수밖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구글에서 찾아봐도 전혀 모르는 얼굴이다. 얼굴을 뜯어 고쳤을 리도 없고 남편에게 물어도 모른단다. 아무래도 밥을 한 번 더 먹으며 옛 기억을 더듬으면 아! 알겠다고 비명이라도 지르겠지만, 멀리 서울에 산다니 답답하다.

따라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기억력 감퇴까지나! 과거는 퇴색되고 미래는 더욱더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현재는 계속 팔색조 모양 변하며 저 멀리 달아나니 현대첨단 정보 문화시대의 고아로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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