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놈의 뱃살 어찌 이 지경이 되도록 퍼먹고 늘어져 놀았단 말이냐~"
흔한 판소리의 한 구절이
아니다.
친구들과 3 베드룸 리조트에서 각자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뒹굴었다.
수다를 떨다, 먹다 자다 다시 먹고 자며. 집 떠나기 전 남은 식구들 식사 걱정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다 지쳐 후줄근한 모습으로 떠나는 일을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아 가출하듯 떠났다.
그러나 청소는 했다. 몇 년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하듯 돌아다니다 영영 되돌아오지
못할 경우, 내가 살던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다.
"다리 성할 때 열심히 돌아다녀라."
친정아버지가 늘 하던 말씀이다.
“아버지 피곤해, 집에 있는 것 그냥 먹고 밖에 나가는 것 관두지요.”
“다리 성할 때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녀야지
아프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간다.”
친정아버지가 밥하기 싫고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을 땐 더욱더 그립다.
서울에 머물며 뉴욕에 두고 온 식구 걱정하는 나에게
“세상은 너 없이도 변함없이 잘 돌아간다. 괜한 걱정하지 마라. 내가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서 내가 없는 동안 집안이 꼴이 말이 아니겠지? 걱정했는데 퇴원하고 집에 오니 나의 부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돌아가더라."
섭섭함을 동반한 안도의 말씀을 하셨다.
'내가 아니면 안 되겠지가 아니라 더 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집을 떠났다. 집안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리모트 컨트럴로 TV 채널을
바꾸듯 아이들에게 클릭, 남편에게 클릭하며 잔소리할 것이 아니다. 그들이
알아서 찾아 먹고 그들만의 시간 속에서 방황하다 자리를 찾아가도록 빠져줘야 할 것 같아 아무런 식사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아버지 말이 맞았다. 몇 날 며칠을 나갔다가 왔는데도 끄떡없이 잘들 지내고 있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확 풀렸는지 표정이 밝고 훤하다. 한때 그들은 내가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찾더니.
나도 나만의 시간 속에서 그동안 일궈 온 가정을 뒤돌아
보며 푹 쉬면서 재충전하고 나니 일상의 소소함에 연연하던 집착 또한 헛된 욕심임을 알았다. 앞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과 남편에게 가끔은 빠져주는 예의 정도는 지키며 살아야겠다. 그들이 내가 필요할 때는 그들을 위해서 기꺼이 그러나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주위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그들의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가야 한다.
나를 위한 무대를 찾아 또 다른 일탈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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