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그럭 쾅쾅 문 여닫는 소리에 이어 샤워 물소리가 난다. 다시 킥, 쾅 소리가 이어졌다.
“여보,
밥 줘.”
달그락 달그락, 밥상 차리는 소리
그리고는 밥을 먹는지 조용했다.
“여보, 약 먹게. 물.”
“냉장고에 있어요. 갔다 마셔요.”
짜증 섞인 쇳소리에 잠이 다시 들려다 깼다. 남자가 일어나 부스럭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물 어디 있어?”
“거기 있잖아요.” 물을 찾지 못했는지 앙칼진 소리가
“여기 있잖아요~”
옆에 누워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나갔다.
“밥 먹어.”
“아니 전 됐어요.”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 남편이 밖으로 나가나 보다. 나는 계속 누워있었다.
부엌에서는 여전히 남자가 뭔가를 요구하면 여자는 짜증 섞인 소리로 쉬지 않고 대꾸하며 대령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큰소리가 났다가 수그러들고 다시 큰소리가 나는가 하면 간간이 소곤거린다.
결혼 전 여자의 목소리는 들어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
없고 다소곳한 사람이었다. 덩치가 커도 엄청 큰 남자는
가만히 앉아, 끊임없이 이 작은 체구의 여자를 종 부리듯 부린다.
누구를 탓하랴. 독자라고 떠받들어 키운 남자의 엄마다. 그리고 익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남자를 보며 아예 본인이 하는 것이 더 빠르고 낫다며 앞장서서 하는 그의 와이프 탓이 아닌가. 거듭되는 실수를
통해 배우게끔 내버려 두지 않고 해 준 두 여인의 그릇된 생각이 만든 결과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잔소리했다고
대접도 받지 못하고 아등바등 늙어가는 이 작은 여자가 불쌍하다.
책 읽기를 즐겨 지식만이 그득한 남자, 그 지식은 정녕 생활과는 무관한 것인가! 세상을 둘러보지 않아도 책을 통해 다 알고 있는 남자의 머릿속. 세계사, 지리, 역사, 정치 모르는 것이 없이 해박하다. 고전에도
박식해 고시조를 줄줄 외운다. 영어에 스페인어 유창한 언어 실력을 갖춘 남자의 머릿속으로 정녕 생활의 지혜는 들어설 자리가 없었단 말인가!
‘우리 부부도 별다르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누워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해 주지
말아야 할 텐데.
‘내가 할게. 놔둬요. 엄마가 해줄게.’
는 아이들과 남편을 홀로 서게 할 수 없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남편아, 그리고 아들들아,
와이프와 이혼하지 않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Please do It yourself. (스스로 알아서 해라. 제발)."
남편이 좋아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홈디포 비즈니스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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