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나는 ‘그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장사하느라 시달리고 남편과의
분란에 지친 지인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 자기 혼자 가기엔 그렇다니 모른척할 수 없었다. 지인이 바쁘다기에 내가 한국 여행사에 전화했다. 패키지에서도 VIP용이 좋다며 권하기에 여러 말 섞기 싫어 그냥 그러라고 했다.
플러싱 가는 길에 여행사에 들렀다. 크레딧 카드를 내밀었더니 캐시나 체크로 달란다. 몇 불짜리도 카드로 긁는 내 생활 습관과는 맞지 않았다. 직원과 몇 마디 실랑이하다가 그냥 밖으로 나왔다.
플러싱 가는 길에 여행사에 들렀다. 크레딧 카드를 내밀었더니 캐시나 체크로 달란다. 몇 불짜리도 카드로 긁는 내 생활 습관과는 맞지 않았다. 직원과 몇 마디 실랑이하다가 그냥 밖으로 나왔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처량하게 쳐다보며 지인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둡고 스산한 주차장에서 심드렁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모습이
걸렸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여행을 취소하기에는 섭섭하다며 전화로 보채는 지인의
말을 이번에는 거절했어야 했다. 그러나 왠지 그냥 가야 할 것 같아 실랑이했던 여행사에 전화했다. 매니저를 바꾸라고 했다. 왜 카드를 받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받는단다. 왜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지.
아무튼,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여행길에 올랐다. 유럽 여행이라는 것이 몇 번 하다 보면 이 나라 저 나라 거의 비슷한 것이 성당 순례인 듯 새로운 느낌이 없다. 여행사에서 자라는 곳에서 자고, 보라는 것을 보고, 먹으라는
식당에서 먹으며 끌려다닌다. 게다가 낮이 짧은 겨울에 동유럽 여행이다 보니 그냥저냥 모든 것이 시큰둥했다.
지인은 장사하던 손을 놓고 나온 들뜬 기분에 저녁마다
바에서 사람들과 한잔하며 즐기고 싶어 했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여행할
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그냥 언제부턴가 생겼다. 뭐 집에서도 저녁 9시만 되면 눈이 감겼다. 피곤해 객지에서 몸이 아파지는 것이 늘 두렵기 때문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만 빼고는 집 떠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 자체에 심각성을 두지 않는 나는 그의 물음에 시종 ‘알았어. 내키는 대로 해.’로 일관하며 성의 없이 끄덕였다.
혼자 하는 일은 딱 부러지듯 하면서 함께하는 여행엔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나의 태도에 화를 삭이던 지인이 드디어
혼자 하는 일은 딱 부러지듯 하면서 함께하는 여행엔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나의 태도에 화를 삭이던 지인이 드디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그냥, 알아서 해"
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에이그머니나!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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