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공부하고 일하는 분야가 에너지다. 솔라( solar), 카본(
carbon) 전지(battery) 등등 에너지를 세이브해서 자연을 보호한다나,
아무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전문 분야를 저녁 식탁에서 자주 들먹인다. 에너지가 넘쳤던
아이가 에너지 공부를 한다니 제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운이 넘쳐 계속 움직여야 하는 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가 유모차에서 기어 나온 줄도 모르고 밀고 가다 길바닥을 기어가는
아이를 놀래서 쫓아가질 않았나. 툭하면 침대에서 기어 나오려다 무거운 머리통이 먼저 떨어지며 수박 통 쪼개지는
소리에 놀라지를 않았나, 성인이 된 지금도 엉뚱한 짓을 하면 그때 충격 여파가 아직도 남아서인가? 의아해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아이가
6개월이 되자 수영을 가르쳤다. 한번 물속에 들어가면 지치지도 않아 끌어내기도 힘들었다. 기운이 좋아 수영도 잘해서 코치가
올림픽을 운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운만 좋다고 수영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합 때마다 start 총소리에 맞춰 물에 뛰어내려야 하는 긴장감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수영에서 손을 놓았다. 에너지도 긴장감은 누르지 못했다.
작은 아이와는 달리,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항상 분주하다. 걸프랜드도 수없이 많았다. 누구를 닮아서일까? 아무래도
친정아버지를 닮아서라고 자백하는 것이 빠르다. 그렇지 않으면 남편의 긴 잔소리에 시달리며 친정아버지의 그동안
여성 편력이 쏟아져나온다.
아들이 여자에게 체일 때마다
"네가 그렇게 하니까 체였지. 더 좋은
남자 만났다니 잘된 거야."
아들이 사귀던 여자를 멀리하는 눈치가 보이면
"조금만 더 여자에게 시간을 줘라. 불쌍하지도 않니. 엄마
없이 혼자 동생 돌보며 컸다는데."
내가 체인 듯 가슴이 쓰라렸다.
"아들아 네가 공부하는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시간과 에너지 고만 낭비하고 지금 사귀는 걸프랜드와는 오래 사귀길
바란다. 다투고 헤어질 때마다 네가 하는 공부와 일에도 지장이 많지 않니? 눈치껏 걸프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빠릿빠릿
챙겨라. 여자를 힘들게 해서 그 화의 에너지로 네가 힘들고, 여자가 힘들고 엄마에게까지
영향이 오지 않게 말이다."
여자와 다투고 헤어지는 것도 습관이다. 어떤 여자와
배필이 되려고 저렇게 우왕좌왕하는지. 내 배 속에서 나왔지만 정말 감이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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