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에서 온 이 같네!
너 정말 뉴욕에 사는 것 맞아?”
서울을 방문했다가 핸드폰이 없는 나를 보고 친구가 한
첫마디다. 비즈니스로 방문한 것도 아니고 굳이 만날 사람도 없어서 준비하지
않았다.
서울 나간 김에 일본에 있는 작은 아이를 만나볼 겸 '하나 관광 여행사'를 찾아 나섰다. 컴퓨터로 약도를 찾아 논현동
학동역 근처로 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공중전화도
씨가 마른 모양이다. 논과 밭뿐이었던 강남이 지금은 흙 한 줌 볼 수 없는 빌딩 숲이다. 예전 같으면 사거리에 서서 고개만 한번 획 돌리면 김 서방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실수였다.
학동역 근처 논현 1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여행사를 찾느라 고개를 너무 흔들었는지 현기증으로 문조차 열 수 없었다. 두 손으로
빛을 가리고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려는 찰나 안에 있던 순경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주며 반겼다. 뉴욕 경찰과는 전혀 다른
언제든지, 무엇이나 도와주겠다는 표정이다. 아 이것이 한국식 민주 경찰이구나!
친절하게 컴퓨터로 찾아주며 어디로 해서 어떻게 가라고
했다. 도저히 그 근처가 생소해 종이에 적어 달랬다. 약도를 그리던 순경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따라 나오란다. 뒤쪽 자리의 조금 더 높은 분이
"모셔다드려야지."
한술 더 뜨신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 못 하고 뻘죽하니 서 있었다. 경찰차 앞문을 열어주며 타라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태어나 경찰차 앞 좌석에 앉아 보다니! 고맙고 미안하고 황당해
“바쁘실
텐데 이렇게 까지나?”
"아침부터 술주정 군에게 욕먹고 기분이 언짢았는데 시민을 돕는 것은 보람된
일입니다."
겸손한 말씀까지 곁들였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방황하다 차창 밖으로. 갑자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서울이 훤해지며 멋져 보이고 포근했다.
여행사를 찾아가니 없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서너 군데를 더 들렀다. 그러나 일요일이라서 문 연
곳이 없었다. 너무도 친절한 우리나라 순경 대우에 감격해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살벌한 뉴욕 경찰이
떠올랐다. 맨해튼 빌딩 숲 그중에서도 브로드웨이를 타고 내려오는 북쪽의 거센 겨울 바람만큼이나
매서운 경찰국가 뉴욕을 생각하니 풀어졌던 느슨함이 조여 오며 굳어졌다. 길거리에서 까딱 긴장을 늦추는 순간
티켓을 들이민다. 대꾸했다가는 수갑부터 만지작거리는 그들 속에 사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눈을 부라린 벰파이어 같은 뉴욕 경찰과는 달리 우리나라 경찰은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처럼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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