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2, 2014

대박이 나려다

소주 반병을 사이다 마시듯 들어부었다. 그래도 밀려오는 갈증에 냉수를 벌컥벌컥

노환으로 누워계신 친정아버지가 올해 안에 돌아가시지 않으면 나한테 액운이 닥친다는 용하다는 점쟁이의 점괘를 듣고는.

거의 하루하루를 어렵게 연명하시는 아버지를 곁에 두고 액운 운운한다. 게다가 나를 곁다리로 붙여 사람의 심사를 흔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얄미웠.

미국 오기 전, 언니와 엄마에게 끌려 점집에 간 적이 있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멀리 가는 딸이 너무 걱정되어 감행했나 보다
"바다 건너가 색채 쓰는 일을 하며 아들 둘 낳고, 한번 손에 들어온 돈은 절대 새는 일이 없이 잘 산다."
는 점괘였다. 아직 많은 돈은 없지만, 그런대로 틀린 점괘는 아니다.

친정아버지를 돌보던, 한때 점집을 했던 여자의 예전 점괘는 
"큰아이가 10살 안에 큰일 날 것이니 조심하라그리고 내가 60세가 되면 지병으로 고생한다."
앞뒤 가릴 줄 모르는 천방지축인 10살 이전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머리통이라도 깨질 수 있다. 여자 나이 60이면 아니 아픈 데가 있겠는가. 뻔한 점괘인 줄 알면서도 항상 조심하며 아이를 키웠고 운동 열심히 하며 산다. 난 점을 본적도 믿은 적도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여동생이 본 점괘는 골골하는 아버지가 올해 안에 돌아가시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간다니. 그리고 내 죽음으로 인해 남편이 대박 난단다. 화가 남편 모시고 고생하며 살다, 살만하니 나는 가고 남편은 젊은 여자와 새 인생을 즐기는. 어느 염병할 점쟁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쟁이라고 부르지 말고 명리학자.’라고 부르랬다 는 데 명리학자는 개뿔이.

옛날보다 엄청나게 좋아진 물질적 환경과는 거꾸로 사람들의 심사는 점점 공허해져 무속인 몇 마디에 안절부절 대책을 찾는다고 적지 않은 돈을 퍼붓는다. 그 속에 돌아앉아 계산기를 두들기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나도 아니지만, 기분은 내내 언짢았다.

일제 때 태어나 농경, 산업 그리고 정보 세대를 다 겪으며 파란만장한 생애를 사신 아버지가 드디어 돌아가셨다. 올겨울 춥기도 억세게 춥고 나에게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 한마디로 죽지 못해 살았다. 이젠 아버지도 가셨고 봄이 오고 있으니 아버지의 죽음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그리도 애지중지 뒷바라지해 키웠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 자신이 무섭고 섬뜩하다.

"아버지 미안해요. 내가 아버지라도 억울해서 어찌 저세상으로 선뜻 가겠어요. 그래서 그리도 병석에서 괴로워하다 가신 것은 아닌지요?"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자식들의 불효를 돌려서 언급하던 아버지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입이 열 개라도 앞으로 내 자식들에게 효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나머지 반병의 소주를 들이켜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여전히 속이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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