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잘못했어요.”
한마디에 집안 식구 모두 모여 무사히 추수감사절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노동절, 언니와 여동생 부부가 우리
집에 모였다.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혈통인 동생 남편은 지성과 외모를 겸비했다. 그뿐만아니라 40살에 낳은 딸을 애지중지 본인이 키우다시피 하며 집안일도 거든다. 동생에게도 잘한다. 그러나 한국 남자 특히 나이 든 남자들은 떡하니 버티고 앉아 머슴 부리듯 와이프를 부려 먹는다.
자기 남편과는 다르게 언니들을 대하는, 특히 큰 형부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던 동생은 즐겁게 밥 먹다 술기운에
"형부는 왜 언니를 그렇게 대우해요?"
한마디 했다. 내가 끼어들며 거들자 잠자는
불씨에 불이 붙기 시작하며 언니까지 끼어들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내 남편도 활활 타오르려는 불꽃에
“형님,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이렇듯 변하니 우리도 거기에
맞추는 척이라도 해야지요.”
형부는 당황했다. 모두의 언성이 높아졌다. 여동생 남편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슬그머니 어디론가 고양이처럼 숨어버렸다.
동생은 남편이 얼마 벌고 얼마 가졌는지 모른다. 남편이 알아서 빌( Bill) 내고 동생이 일하면 생활비에 보태고 일하지 않을 때는
남편이 주는 돈으로 쓴다. 그렇다고 일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내 경우엔, 남편이 번 돈도 내가 관리한다. 하물며 길에서 주운 돈도 가져다준다. 남편은 대충 얼마 있는지는 알지만, 세세히는 모르고 체크 한 장 써 본 적 없다. 항상 본인이 부자라고 착각하며 산다. 나는 일하러 밖에 나가지는 않지만, 부엌일과 아이들 키우는 것은 내 차지다.
큰돈은 없어서 못 쓰고 푼돈이나 쓰면서 조금 있는 돈을 이리저리 메꾸느라 걱정한다.
그런데 언니 부부는 돈은 따로따로, 집안일과 돈 메꾸는 일은 언니가 도맡아 한다. 옆에서 보는 우리가 하도
딱해서 술김에 에라 모르겠다, 데모대가 길바닥에서 악을 쓰듯
"언니는
억울하다."
찝쩍댔다. 형부의 화가 하와이 용암 끓듯 끓어 올랐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각자 생긴 꼴대로 산다. 남의 일
참견하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한국식 정서가 마치 한국 연속극 한 토막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형님 제가 직접 요리하는 왕새우 튀김에 해물 전골 그리고 사시미 어때요? 우리 집에서 한잔합시다.”
언니가 가져온 샐러드와 백김치, 동생이 구운 사과와 호박파이에 우리는 모두 언제 싸웠냐는 듯 먹고 마시며 히히히.
언니가 가져온 샐러드와 백김치, 동생이 구운 사과와 호박파이에 우리는 모두 언제 싸웠냐는 듯 먹고 마시며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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