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숴?.”
늦잠 자는 나에게 남편이 산책을 거르라는 말이다. 발바닥과 엄지발가락이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다.
내 글을 즐겨 읽는다는 애독자가 나를 만나러 토요일
밤마다 성당강당에 모여 춤추는 곳엘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래도 독자와 함께
춤을 추려니 잘 춰 보이려고 애쓰다 무리했나 보다.
나를 보러 왔다는 그녀가 오히려 내 시선을 끌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데 왜 이리도 젊은가! 쭉 뻗은 몸매에 짧은 생 단발머리를 한 화장기 없는 작은 얼굴은 싱그러운 나무 한 그루를 보는 듯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혹시 예전에 미스코리아 출전하지 않았나요?”
물었을 정도다.
언니가 결혼한다고 형부를 처음 데려오던 날 아버지는
형부를 별로 내키지 않아 했다. 우리 식구들 모양새와는 달리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로 올려다봐야 하는, 아버지의 시선 때문이었는지 본의 아니게 위에서 누른 듯한
분위기에
"키는 커가지고."
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키 작은 나도 처음 만난 키 큰 독자를 올려다볼 때
그 기분이 살짝 들었으나, 독자가 워낙 수더분하고 시원스럽게
다가와 흘끔흘끔, 슬금슬금 쳐다보며 함께 신 나게 춤을 췄다.
"왜 이리 젊고 날씬해요."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아요.”
자세히 관찰할 수밖에. 춤은 어찌나 잘 추는지.
“머리로 하는 일은
못 해도 몸으로 하는 일은 잘해요.”
춤 선생이 따로 없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몸매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녀는 신문에 난 내 글을 죄다 읽었다며 나도 기억
못 하는 부분까지 내 일상을 다 꿰고 있었다. 내 남편 전시회도 왔었다고
하질 않나. 너무 내 일상을 신문지상에 노출했나? 이것이 항상 나의
딜레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쓸 줄 아는 것이 내 주변 이야기를 파노라마식으로 주절대는 재주밖에 없으니.
독자는 나를 잘 아는데 나는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살짝 손해 본 듯한 느낌을 동반한 반가움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계속 몸을 흔들어야 했다. 오히려 갑자기 나타나 멋진 몸매로 춤 잘 추는 그녀가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점잖은 체면에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없고 알고 싶은 것을 참느라 입이 근질근질했다.
"역시 춤은 끈적~끈적이는 음악에 춰야 맛이 나요."
라고 말 하질 않나! 끈적이는, 몸을 휘감는 듯한 음악이 울리면 뛰어나가 새털처럼 가볍게 흔들다 건조한 음악엔 조근조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 또한 독자라는 말이 너무 사무적이니 대신 덕 '덕'자를 넣어 덕자가 어떠냐고 한마디 거들며 그녀를 궁금해했다.
나의 덕자는 뭘 쫌 아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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