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얼굴이 왜 이래?”
문을 열어 주며 놀라는 남편을 보며 나야말로 당황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얼굴이 한 줄로 패었어. 어,
왼쪽도.”
거울을 보니 오른쪽은 눈 밑 코 옆으로 쭉 턱까지, 왼쪽은 눈 밖에서 아래로 눌려 패인 자국이 심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쳐다봤구나.”
밤이 깊어, 잘 때가 되었는데도 눌린 자국은 여전했다. ‘아! 이러다 영영 펴지지 않고 흉터로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마덜스 데이 선물이라며 작은 아이가 센추럴파크 근처에
있는 한 시간 반짜리 바디 마사지 쿠폰그룹을 사줬다. 스파 이용권의 반값에
구매했다나. 그윽한 향기 속에 잔잔한 음악, 점잖은 멋쟁이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분위기는 좋았다. 어두컴컴한 방으로 안내되어 구멍 뚫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생각 같아서는 조금 세게 시원하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살살 만지작거리는
것이 감질났다. 점잖은 곳에서 불평도 못 하고 엎어져 친구 집 뜰에 만들어 놓은 노천 온돌방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날씨 좋은 LA에 사는 친구의 집 뜰엔 온갖 과일나무와 화초가 무성하다.
아침마다 친구는 커피잔을 들고 나무들에게 이야기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밤이 되면 노천 온돌방에 누워 별을 쫓는다는데.
"뭐니 뭐니해도 온돌방만 할까?
아니 찜질방에 누워도 이보다는 낫겠다."
불만을 가득 품은 일그러지고 쭈그러진
얼굴을 구멍 뚫린 베개에 처박고 잤으니, 각인될 수밖에.
“엄마, 좋았어요?”
오며 가며 시간 뺏기고, 택스에 팁에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꾹 누르고
“그래 좋았다. 그런데
다음엔 다른 것으로 해줄래.”
“왜요?”
“아니 골고루 다 해보고 싶어서.”
거울 속의 눌린 얼굴 자국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다 지인과
일본식당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시미를 태운 커다란 보트가
테이블에 선착하기가 무섭게 지인이 사시미 종류마다 젓가락으로 눌러보는 것이 아닌가? 신선도를 감별하는 거라나.
싱싱한 생선은 누르자마자 탄력에 의해 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그렇지 못한 것은 누르면 눌린 대로 그대로 있다는
나름의 노하우에서 얻은 장황한 설명이 떠올랐다.
나라는 인간의 신선도가 얼마나 떨어졌으면 눌려 패인
부분이 자정이 넘었는데도 그대로 있는지? 갈 때까지 멀리 간 되돌릴
수 없는 젊음이 원망스러웠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우보 민태원의 ‘청춘 예찬’ 첫 구절은 어디로 가고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패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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