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이 거울 속의 제 얼굴을 이리저리 찬찬히 들여다본다. 자신의 얼굴이 꾀나 마음에 든다는 듯 으쓱이며.
“엄마가 그럴듯하게 낳아 줘서 마음에 드냐?”
“엄마가 그럴듯하게 낳아 줘서 마음에 드냐?”
아이는 씩 웃으며
“엄마, 만나는 여자마다
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이 잘생긴 데다 매너도 좋지, 유모스럽지. 좋아할 수밖에.” 슬쩍 띄운다.
옆에 있던 작은 아이가 기가 막힌다는 듯
‘그 엄마에 그 형이 잘도 놀고 있네.’
하는 표정으로 흘끔 쳐다보다 할 말이 없다는 듯 보던 책으로 시선을 박는다.
“걔 이름이 뭐더라?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 다니던 예쁜 아이?, 지금도 너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걔가 네 걸프렌드니?”
“아니. 그냥 친구.”
“엄마는 그 아이가 좋던데.
잘 사궈보지 않고. 걔가 너 좋아하지 않아?”
“나 좋아해요. 그런데 집안이 좋지 않아서.”
“아이고머니나
아이만 똑똑하면 됐지. 집안씩이나. 너 그렇게 고르다 대머리 되면 좋은
여자 다 떠난다. 대머리 되기 전에 정해야지.”
“엄마,
나 대머리 됐어요?”
아이는 놀라서 머리를 넘기며 앞이마를 확인하라며 난리다.
“아니, 아닌데 너무 뻐기지 말란 말이야.”
나는 아이가 대머리 될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이다. 차라리 내가 되면 됐지
"아이가 대머리라며 고민하면 어떻게 하지?"
친정아버지 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가끔은 자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듯이 추켜올리며
"아직은 아닌가? 아니면 진행 중인가? 대머리는 외가 쪽을 닮는다는데."
친정아버지는 올(all) 대머리다.
오죽 대머리면 4층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기를 좋아했던 엄마가 멀리서 오는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가 오는 거니? 가는 거니?"
물어볼 정도로 뒤통수도 숱이 없다. 멀리서 보면 얼굴 앞면인지 뒷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대머리인 아버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벗겨진 대머리를 가리려고 몇 가닥 없는 머리를 옆으로 빗어 넘기는 사람들이다.
“가린다고 가려지냐? 바람 불면 끝장인데. 나봐라 나, 그냥 뒤로 확 밀어 빗지 않니.”
“아버지는, 뒤로 빗어 넘길 머리도 없으면서.”
아버지의 결점을 꼭 찌른 나의 한마디에
“키 작은 사람이 높은 구두 신는다고 커지냐? 높은 구두를 신으면 신발만 보이는 게 더 작아 보여. 대머리면 어떻고, 키 작으면 어떠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살면 되지.”
거울 속에 본인의 모습에 흐뭇해하던 아이는
찌푸린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대머리 되면 어떡하지?"
투덜 된다.
“대머리 되면
어때, 남자는 외모보다 실력이 있어야지.
얼굴 뜯어 먹고 사니? 살다 보면 얼굴보다 저 중요한 게 많은데.”
아이가 지난여름 서울에서 만난 외할아버지 모습을 기억하나 보다.
외모에 꽤 신경 쓰는 아이가 정말 대머리가
된다면 그 원망을 어떻게 할지? 이빨도 심는 세상에 머리카락
정도야 적금이라도 하나 만들어 줄까. 돈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생긴다면 까짓것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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