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5, 2013

친구들과의 엇박자 인생

그렇게 예쁘니?” “얼마나 예쁜지 말로 표현 못 한다. 사람들이 우리 부부 보고 손녀 보는 재미에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해서 웃었다.” 행복에 겨워 어찌할 줄 모르는 친구의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느껴졌다.

친구는 딸아이를 키울 때도 늘 행복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엄마와 사이가 좋았다. 남편 또한 어릴 적부터 친구를 좋아해 따라다니다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와이프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이다. 셋이서는 친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산다. 그러다 딸아이가 결혼하고 투 페밀리 집을 사서 아래위로 살며 손녀를 봤으니 오죽 행복하겠는가!

나는 결혼도 늦게 하고, 결혼 후에도 4년이 지나서야 아이를 낳았으니 우리 아이들이 결혼하려면 한 세기 이상은 더 기다려도 될 둥 말 둥 한데. 친구들은 벌써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손주들 보느라 바쁘다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어기적거릴 때, 결혼한 친구들은 자식을 낳아 키우느라 바빠 만나지 못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울 땐 친구들은 한숨 돌리고 한가했다. 요즈음 나의 생활은 여유로운데, 친구들은 손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래전, 갓 태어난 큰 아이를 데리고 LA 시집에 갔다.
한잔하러 나갈까?” 
결혼하지 않은 시누이가나를 부추겼다. 나는 누워 있는 아이를 턱으로 가리키며 
애는 어떡하고?” 
엄마 우리 잠깐 나갔다가 올게. 애 좀 봐 줘요.” 
시어머니의 대답이 없다.
나는 놀고 싶은 마음에 승낙이 떨어지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네 애는 네가 봐라. 나는 애는 안 봐 준다.” 
시어머니는 똑 부러지는 소리로 일침을 놓았다.
시어머니는 우리 아이뿐만이니라 딸이건 아들이건 어느 새끼의 자식도 돌봐 주지 않았다. 아이 다섯을 키우고 한숨 돌릴 만할 때 중풍으로 쓰러진 시할머니를 10년 넘게 병시중 든 시어머니가 손주들까지 돌봐야 한다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에, 잠시라도 애 봐 달라는 말을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88, 우리 시어머니가 하지 않는 일이 또 있다. 자식들과 살지 않는다. 혼자 사신다. 큰 며느리가 같이 살자고 해도, 막내아들이 살자고 해도 한마디로 ‘NO’ 누구와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불화의 원인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절대로 자식에게 손 벌리는 일도 없다. 오히려 본인 일을 도와주면 사례를 한다
, 우리 시어머니 미국 사람 다 됐구나!

나는 과연 어떤 할머니가 돼야 할지? 할머니가 벌써 된 이 친구 저 친구의 사는 모습을 기웃거리며 나에게 맞는 바람직한 할머니가 되는 길을 찾느라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늦게 낳은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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