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좀 자자. 잠 좀 자. 허구한 날 만들어대니 조용할
날이 없네."
첫 아이를 낳고 병원에 며칠 있다 집에 오니
남편이 아기 침대를
만들어 놓고 아이를 눕혀 보라고
성화였다. 모서리에 아이가 다칠까 봐 모가 난 부분들을 둥글게 한 다음 샌드페이퍼로
부드럽게 처리했다. “와! 잘 만들었어. 예쁘다.”
속으로는 ‘아이가 몇 개월
자라고 나면 비좁을 텐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발이 침대 끝에 닿았다. 남편은
조금 덧대어 크게 만들었다. 2년 터울의 둘째가 태어났을 때도 큰 아이와 마찬가지로 커질 때마다 침대를 분해해 싱글 침대도 이층 침대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덩치가 더욱 커 사는 공간이 좁아지자, 천장 밑에 침대를 만들어 계단으로 올라가게 하고, 그 밑 공간에는 책상과 책장도 만들었다.
“만들어
줄까?”
어디 가서 가구가 좋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제발 고만
만들어. 나도 가구 좀 사보자고요”
“좋은 연장과
재료만 있으면 파는 가구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데.”
설계도까지 그려다 보여준다. “
됐어. 알았으니까 이제 좀 쉬시지요.”
친정아버지가 작은 못 한번 박는 걸 못 보고 자란 나는 뭐든지 만들겠다는 남편이 처음에는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리저리 집안을 둘러보며 미소 짓는 남편의 표정만 봐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왜, 또 부수고 다시 만들려고? 이제 고만 좀 하시지.”
“고만하긴 뭘
고만해.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는 거지.”
남편은 만들고 나는 쫓아다니며 치워야 한다.
“아이들 시험이나
끝나고 하던지. 올겨울은 그냥 좀 조용히 보내자.
내 꼴 좀 봐. 뒤치다꺼리하느라 살이 붙을 틈이 없잖아.”
“완전 근육질인데 뭘. 계속 움직여야 건강하지. 멀쩡한 육신 놀리는 게 아니야!”
몸이 용광로처럼 끓는 남편이 앉았다 일어난 자리에 앉게 되면 아궁이에
불을 지핀 것처럼 후끈거리는 열기로 깜짝 놀라곤 한다. 오죽하면 여학생에게 그렇게 인기가 없던 남편이, 초겨울 대학 동기들과 야유회에 갔을 땐, 여자 동기들이 춥다고 몰려와 손을 서로 잡겠다고 난리
칠 정도였으니.
어릴 때 홍역을 뛰어다니면서 치뤘을 정도로 열이 많은 남편은 틈만 나면 무엇을 만들까, 수리할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궁리한다. 집안은 톱 소리,
드릴 소리에 조용할 날이 없다.
“홈디포
갔는데요.”
남편을 찾는 전화가 오면 내가 주로 하는 대답이다. 날아오는 카드빌의 대부분이 그곳에서 쓴 비용이다. 집에 없을 때 남편은 퀸즈 노던블바드 50가
홈디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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