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면 결벽증 환자라 할 정도로 수시로 쓸고 닦는다. 청소 자체가 단순 노동이다 보니 그림 그리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일까?
마룻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을 테이프에 붙이고 밥통에
묻은 때가 못마땅해 닦다가 옆에 놓인 토스터까지. 작업실로 쓰는 커다란
방은 자주 청소하지 않지만, 작업하다 나와서 깨끗한 공간에서 편히 쉬고 싶어서다.
날을 잡아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화장실, 내일은 싱크대 이렇게 부분적으로 시간 날 때마다 한다. 그러다 활동반경을 넓혀 아파트 건물 지하실 빨래터로 이불 빨래를 하러 원정도 간다.
“하이,” 얼굴이 약간 검은, 퉁퉁한 여자가 반긴다. 나와 같은
이민 객인 듯하다. “너 몇 층 청소하니?” “어? 나~ 8층. 너는?”. “5층. 일주일에 몇 번? ” 아! 감을 잡았다. 내가 아파트 청소하는 여자로 알고 있다는 것을. 화제를 바꾸려고 “내 이름은 수, 너는?”
“아멘다.”
쓰레기를 아파트 문 앞에 하루에 3번 내놓으면 가져간다. 아파트 문을
열고 쓰레기를 버리려는데 가무잡잡하고 통통한 여자도 옆집 문을 동시에 열었다. “너 이 아파트 청소하니?”
“응.”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오는데. 너는?”
“난 거의 매일 청소해. 반가워 내 이름은 수야.”
이 아파트 건물에는 대부분 백인이 산다. 그들은 아침에 일하러 나갔다 저녁에 온다. 나처럼 온종일 집 지키는 여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네들뿐이다. 아침에 하얀 사람들이 출근하고
나면 나처럼 누런 사람들이 청소하거나 베이비시터 하려고 아파트로 출근하다. 일찍 온 사람들은 일 할 시간을
맞춰 엘리베이터를 타려는지 로비에서 서로 잡담하며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는 듯하다.
백인도 아니고 민얼굴에 우아하게 생기지도 않은 게다가
거동이 불편하기는커녕 바삐 움직이는 내가 대낮에 집에 있으니 그들은 나를 청소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밖에. 햇볕에 그을려 티베트 여자처럼 가무잡잡한 여자 동생이 백인과 결혼해 뒤늦게
딸아이를 낳았다. 딸이 다행히 잘 생긴 남편을 닮아 좋긴 한데 공원에 데리고 나가면 베이비시터냐?
고 물어본단다. 나는 청소하느냐? 고 물어보니.
가문의 내력인지. 나 원 참!
“로비에서 지금 청소하는 여자들이
모여 회의하는 것 같은데 일자리라도 알아볼 겸 가보시지 않고.”
빈정거리는 남편에게
“사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청소긴 한데. 한번 가 볼까?"
일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찡하다. 길거리 좌판을 펼치고 고객을 부르는 이들 또한 남의 일이 아니듯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민 객의 초짜 시절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기에.
일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찡하다. 길거리 좌판을 펼치고 고객을 부르는 이들 또한 남의 일이 아니듯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민 객의 초짜 시절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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