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도 뜨나보다 했더니 뜨기는
웬걸!
지금부터 27년 전 만남이다. 그것도 교회에서.
우리의 인연을 연결해 준 교회가 아직도 존재한가? 아닌가? 구글에 두들겨 보니 찾을 수가 없다.
신도 25명 대부분이 집사로 목사님을 포함해 아르헨티나에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퀸즈 플러싱에 있었던 교회였다. 나와 J 언니만이 집사가 아니라서 ‘안 집사’ 로 불렸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집사 안수를 받으라는 목사님의 제의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어쩌고저쩌고하다 언니와 나는 그 교회를 떠났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니는 세탁소를 하다 지금은 은퇴했다. 세탁소
할 때는 바빠서 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길레 내 블로그 주소를 e-메일 해줬다.
"읽는 내내 주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잔잔하게 펼쳐지다 호탕하게 어느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로 이어지는 자기만의 치부나 자유로움을 방방곡곡으로 은근 가르침, 은근 비판 그리고 귀염성 있는 유모를 곁들인 글. 와! 멋있다. 이수임."
언니에게 e-메일을 받고서야 알았다. 어쩐지 갑자기 며칠 전부터 블로그를 읽는 숫자가 많아져 ‘야! 드디어 나도 뜨나 보다.’며 신이 났는데 언니가
내 글을 계속 읽고 있는 줄이야.
처음 글을 시작하고 불안해하며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나보다
오래전부터 신문에 쓰고 있던 분이
“글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에요.”
하는 소리에 띵~하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는 느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자리를 떴다.
“쓸데없이 구구절절 자기 이야기를 신문에 왜 써? 고만 쓰지.”
뭐 문학인 협회에 속해있는 분의 쓰디쓴 또 다른 소리에 띵띵~ 벽에 부딪히고는 바닥에
쓰러지는 느낌, 수화기를 슬그머니 내려놨다.
“글이 유치해.”
좋아하는 친구의 말에는 띵띵띵~ 벽에 부딪히고 쓰러져 바닥을 헤매는 느낌으로 술이 확 깼다.
감히 용기가 없어서 ‘왜 내 글의 어떤 면이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그 사람들의 느낌이 그렇다는데야 어쩌겠는가. 취중이라
못 들은 것처럼 행동하며 친구와는 잘 지내고 있지만, 다른 두 사람은 모임에서 마주치지 않으려고 미리 멀리서
보면 피한다. 그나마 간신히 쓰고 있는 글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 써 보려고 애쓰는 의지가 무너질까 두려워서다.
내 글을 읽고 격려해 주는 언니의 응원으로 이 글을
썼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나야말로 쓴소리엔 귀를 막고 칭찬에는
글을 써댄다. 나라고 누구처럼 구글에 나오는 뻔한 이야기 말고 장마철 눅눅한 사람 냄새가 배어있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을까?. 나도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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