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심심풀이로 구글을 슬쩍 들여다보다
시작됐다.
언제였더라? 몹시 추운 크리스마스이브,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다음 날 남자를
소개해 준다는 친구를 따라 종로에 있는 엘파소 다방에 갔다. 그러니까 그날이 크리스마스였다.
반듯하면서도 놀 줄도 알 것 같은 세련된 남자가 먼저와 무게 잡고 앉아 있었다. 무표정으로 내뱉은 나지막하면서도
선명한 매력적인 그의 목소리,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한다고 친구가 귀띔했다.
시큰둥한 그의 반응으로 별 기대하지 않았지만,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그리 밝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나를 별로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 또한 미련 없다. 우리의
만남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다가 끊겼다.
겨울도 가고 봄도 거의 지난 어느 날 그에게 뜻밖에
전화가 왔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스웨터를 걸치고 봄바람에 이끌려 나갔다. 그러나 몇 번을 만나다 다시 끊겼다. 여름 그리고 다시 봄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또
왔다. 소개해 준 친구 말로는 교회에서 만난 여자와 사귀다 깨졌다나.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는 내 연애 철학이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역시 그는
또 사라졌고 그런 그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열 올리지 않았다.
‘만나게 되면 보고 연락이 끊기면 안 보면 되지 뭐.’
그의 친구들과 내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기도 했었는데 과연 그에게 나는 뭐였었나?
나는 습관처럼 기다리다 그가 더는 닿을 수 없는 먼 미국으로 떠났다.
제대로 데이트도 못 하고 세월만 보낸 만남이 궁금했다. 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혹시나 해서 구글링했다. ‘오마이 갓’ 유명 목사가
되어 큰 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이 떴다. 잘생긴 모습은 세월에 묻혀 머리는 벗어지고 몸은 부풀고.
그러고 보니 목사 사모 감을 찾느라 나와의 데이트를 소홀했었나 보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목사 사모 감으로 내가 부족했나 보지! 나도 아니다. 전혀 해당 사항 무다.
나처럼 자기밖에 모르고 내 일에 빠져 사는 여자는 절대로 그런 직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보다 나를 위해서.
내가 비록 목사 사모님 감은 아니어도 나도 나 나름대로 괜찮은 여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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