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새처럼 날고 싶었다.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고 두 팔로 물을 저으면 나르는 것이 아닐까? 착각하며.
물에 뜨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수영
잘하는 지인에게
"가장 깊은 곳에서 뛰어내릴 테니 빠지거든 건져줘요."
말하고는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물에 빠져도 살 수 있다.’ 는 엉뚱함이 나를 물 위에 뜨게 했는지도 모른다. 10여 년 동안 동네 수영장에 누워 천장 스카이뷰를 보며 하늘을 나는 듯 물을 저었다.
‘물에 빠져도 살 수 있다.’ 는 엉뚱함이 나를 물 위에 뜨게 했는지도 모른다. 10여 년 동안 동네 수영장에 누워 천장 스카이뷰를 보며 하늘을 나는 듯 물을 저었다.
그날은 보통 날과는 전혀 다른 날이었다. 탈의실로 들어가며 수영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에
커튼이 쳐져 안이 보이지 않았다. 전에 없던 일이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락커를 열다 깜짝 놀라 기절할뻔했다. 블론드 가발이 잘린 목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락커마다 여자 가발이 나를 노려보듯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수영장 안에 남자들이 전혀 없었다. 여자들만이 수영복이 아닌 온몸을 가린 긴 치마를 입고 물에 둥둥 떠다녔다. (치마가 부풀어
여기저기 공처럼 떠다니는). 모두의 시선이 유일하게 수영복 입은 작은 아시안인 나에게 모였다. 전혀 평상시와는 다른 수영장 안 풍경에 몹시 당황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파악하려고 슬슬 수영하며 왔다 갔다 살폈다. 두부처럼 허연 여자가 다가왔다.
“Do you need a job?”
아니, 이건 또 뭐야?
물속에서 일자리가 필요하냐고 묻다니. 당황하며 머뭇거리다
“What
job?”
“Cleaning job.”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삐 머리 회전을 시켜 돌아가는 정황을 파악하고 정리해보니 ‘쥬이시 아줌마가 자기 집 청소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리다. 이쯤 되면 나도
“I need a cleaning lady too.(나도 청소하는 사람을
구한다.)”
웃는 얼굴로 받아넘겼다. 두부에 고추장을 휙 뿌린 듯
홍조 띤 언짢은 얼굴로 씩씩거리며 같은 무리에게 둥둥 떠 가더니 나를 힐금힐금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물을 뚝뚝 흘리며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알아봤다. 매주 수요일 아침 서너 시간은 하시딕 쥬이시(Hasidic Jewish) 여자들을
위한 스케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저희 모습과 다른 아시안과 함께 물속에 몸을 담고 싶든지 말든지 나는
물 위에 누워 팔을 저으며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뒤죽박죽 뒤섞여 사는 뉴욕, 그들 눈에 나 또한 낯선 모습이 아닐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몰아내고 싶을까?"
서운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웃 쥬이시 아줌마들의 사는 방법과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드리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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