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2, 2013

208번 도로를 달려가면

NJ- 4W를 타고 가다 208번 도로를 만나면 갑자기 차가 미끄러지듯 달린다. 라디오의 볼륨을 한껏 올리고 매끄러운 도로를 신 나게 달려가면 60여 종류의 허브가 심어진 작은 동산에 도달한다.

푸른색 보우 타이를 맨 장난기 넘치는 바깥주인인 정원사가 허브 한 잎 한 잎을 따서 주며 효능을 일일이 설명했다향기로운 허브향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숙주찜, 해물쟁반국수, 허브꽃밥, 냉두부, 고추기름소스해물냉채, 생강소스참치회, 새싹탕평채, 아스파라거스 Vinaigrette, 모듬수육, 우족편, 오이소박이로 정성껏 차려진 식탁이 우리를 기다렸다.

우아하게 어깨선을 드러낸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안 주인의 피아노 연주를 시작으로 15명의 연주자와 관객이 한 무대에 선 듯 아늑한 분위기에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음악인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와이코프 홈 콘서트.

20여 년 전에 끝난 인연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졌으니! 나는 이 부부를 따로따로 알게 됐다. 남편은 나의 보스로 와이프는 북클럽 친구로 지내다 우연히 지인의 오프닝에서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았다.

오래전 남편이 대학에서 강의한다며 서울로 떠나고 나는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 둘을 데리고 학군이 좋다는 북부 뉴저지로 이사 갔었다. 홈 콘서트를 주체하는 분이 바로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의 보스 그리고 여직원으로 만난 것이다.

미국에서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며 경험도 없고 나이도 많은 나를 채용했다. ‘역시 뭔가 쫌 다른 사람’. 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일 년 후 한국생활에 녹다운된 남편의 귀국으로 예전에 살던 브루클린으로 돌아와 끝난 인연인 줄 알았는데 부인을 만나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홈 콘서트에 초대받게 될 줄이야.

그곳에서 연주했던 한 분과 함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예술가로 뉴욕에서 살아가기 힘들지요?”
남편의 질문에 
"파트타임으로 음악과 거리가 먼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 해요."
씁쓸한 대화를 나눴다. 그나마 이렇게 예술가를 초대해 용기와 위로를 주는 분이 있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모두 감사했다.

연주회가 끝난 후 초대받은 사람들의 손에 올해 처음 수학한 허브 티 백 (Herb tea bag)까지 들려줬으니.
"돈을 벌면 이렇게 멋지게 쓰며 살아야 해."
남편이 한마디 했다. 돈으로만은 할 수 없는 두 분의 성의와 정성 그리고 희생,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랑과 노력이 가슴을 울렸다.

"화창한 초가을 저녁 파티에 오는 하객들을 위해 새로 부드럽게 아스팔트까지 깔아 놓은 정성에 감복했어요."
나이 지긋한 색소폰 연주자의 능청스런 농에 모두 웃음꽃이 핀 그곳으로, 또다시 208번 도로를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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