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4, 2011

아버지의 여자들

내가 만나는 여자 친구다. 인사해라.” 
고개 숙여 인사하며 여자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었다. 아버지보다는 스물다섯 살 정도는 어린듯했다. 아버지에게 이미 여자가 있었다니! 엄마가 가신지 6개월도 채 안 됐는데.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아이 넷을 키우며 고생하는 여자다. 착하고, 음식 솜씨 좋고, 뜨개질도 잘하고 재주가 많은 아주머니다. 네가 미국에서 나오는 줄 알고 네 스웨터를 벌써 만들어 놨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며 다 말해 만들어 줄 거다.”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며 흥분한 아버지를 생전 처음 봤다.

아버지와 아줌마 그리고 갓 결혼한 우리 부부 넷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속리산을 거쳐 안동을 지나 경주 불국사 그리고 백암온천까지. 돌아가신 엄마에게는 미안했지만 홀로 계신 아버지에게도 효도해야 하니 어쩌겠는가. 아버지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아줌마는 아버지와 15년 넘게 잘 지내며 내가 한국에 나갈 때마다 나에게도 잘했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잠적했다. 아버지가 남산을 오르다 다리를 다쳐 누웠기 때문이다. 누워 있는 아버지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그러나 워낙 건강하신 아버지는 곧 완쾌되었다. 아줌마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가 안쓰러워 그녀의 거처를 수소문했다. 그녀를 알고 있다는 충청도에 있는 한 식당을 아버지와 함께 찾아가서 온종일 기다렸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인사해라 내 걸프렌드다.” 
세련되고 참한 분을 또다시 소개했다. 아버지는 그동안 일본인 아줌마, 미국에서 살다 나간 아줌마도 사귀었다. 아마 내가 모르는 나보다 어린 아줌마도 있었을 것이다.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즐거운 여생을 보내실 수 있다면 난 누구든 다 좋았다.

몇 년이 흘러, 어느 날 밤중에 누가 문을 두들겨 내다보니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아줌마가 엄청나게 뚱뚱한 모습으로 문 앞에 떡하니 서 있더란다. 아버지는 문 안으로 들어오려는 그녀를 제지하고 맥도날드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단다. 부리나케 집안에 있는 돈을 다 챙겨 맥도날드로 나가니 아줌마는 잘못했다고 빌며 다시 돌아오겠다며 눈물짓더란다.

한번 떠난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는 없다. 어디에서든 잘 살아라.”
챙겨간 돈을 주니 서럽게 울면서 가더란다. 뉴욕에 있는 나에게도 한밤중에 국제전화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 달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아버지, 왜 아줌마들과 사귀기만 하고 결혼은 안 하세요. 결혼하세요.” 
오십 넘은 여인네들 크고 작은 지병들이 있다. 내가 좀 편하기를 바라고 호적에 올렸다간 되레 그들 병시중 들게 된다내 생에 결혼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네 엄마에 대한 최소한의 나의 예의다.”  

Friday, December 23, 2011

The women of my father's

"This is my girlfriend. Say hello." With a bow I looked over the woman from head to toe. She seemed to be about twenty-five years younger than my father.  My father already had a woman! It's been less than six months since my mom died.

"She is a woman who suffers from the loss of her husband and raising four children. She is very good at food, very good at knitting and very talented. She knew you were coming from America, so she already made your sweater. If there’s something you want to eat,  tell her everything and she will make it for you." I have never seen my father, who was excited by spitting on his mouth.

My father, she and our couple went on a trip together. Passing through Mt. Sokri, passing through Andong, Gyeongju Bulguksa and Baekam Oncheon. I'm sorry for my deceased mother, but what should I do for my lone father? I have no choice but to do as my father says.

She has been doing well with my father for more than 15 years and was good to me whenever I went to Korea. Then one day she disappeared, because my father hurt his leg while climbing Namsan Mountain. She seemed to think my father who lay on bed couldn’t get up again. But healthy father soon recovered. I searched her residence because I felt sorry for my father, who couldn't forget her. My father and I went to a restaurant in Chungcheong-do who said someone knew her, and waited all day, but she never showed up.

"This is my girlfriend. Say hello." He introduced me again to a woman of refinement and integrity. My father has been dating a Japanese woman and a woman who has lived in the U.S. Maybe there was a lady younger than me who I didn't know. I liked everyone if my lone father could spend the rest of his life without being lonely.

A few years later, I heard from my father, 'someone knocked out the door one night, and the woman who had left my father was standing at the door looking very fat. My father stopped her from coming through the door and said, "Go to McDonald's and wait." When he went to McDonald’s with all the money he had in the house, she begged and cried, "I want to come back to you.'

 he said, "Once away, the relationship cannot be repeated. Live well wherever you are," She was crying bitterly when he gave her the money. In the middle of the night, she begged to me on an international phone call, asking me to return my father’s mind.

"Father, why are you dating women and not marrying them? Get married." "Women over fifty have a chronic disease, big and small. If I put her on the family register, I have to take care of her sickness. One marriage in my life is enough. That's my minimum courtesy to your mother."

Saturday, December 3, 2011

비둘기처럼 다정한…

콜록, 콜록콜록밤새 기침하느라 잠을 설쳤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무겁다. 어릴 때부터 편도선 때문에 항상 골골했다. 그런데 나이 드니 편도선도 있을 곳이 아니라며 내 몸을 떠났는데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시작되면 거르지 않고 기침 감기가 온다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삼식이남편에게 밥상도 차려줘야 하는데 해소 기침 소리를 내며 누워 있으니 머리에 흰 끈만 질끈 매면 영락없는 시할머니 모습이다.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꿈속에서 내 손을 잡아끌며 어디론가 가자고 재촉했다. 눈을 뜨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죽음이 별거던가 이러다 죽는 거지. 히잡을 쓴 아랍 여인네 모습으로 온몸을 둘둘 휘감고 약을 사러 밖으로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뒤통수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듯 온몸을 뒤흔들어 눈앞이 어찔했다. 후줄근한 동네 카페에 앉아 핫초콜릿을 마셨다. 길 건너 건물 지붕 끝에 줄지어 앉아 추운 겨울을 날 비둘기들이 지금의 내 모습처럼 처량하고 스산하다

서로 엉겨붙어 지나가는 젊고 건강한 남녀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시대의 돌림병인 양 몇몇 남편 친구들이 늙은 마누라와 이혼하고 젊은 여자들과 재혼했다. 그런데 내 남편은 늙은 나와 사느라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더군다나 해소 기침을 연중행사로 들어가며 살아야 하니. 여자인 나도 한 남자와 평생을 사는 게 힘든데 표현하지 않아서지 아마 속으로는 골골 되는 마누라 팽개치고 싶을 것이다. 남편이 젊은 여자와 눈이 맞아 떠난다고 떼쓰면 어찌 막겠느냐마는.

젊고 예쁜 공주도 아닌 내가 남편이 약을 사다 줄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하겠는가? 스스로 일어나 약을 사서 먹는 것이 당연하다. 약국을 향해 휘청거리며 걸었다. 평생을 붙어 다니던 편도선도 늙은 내가 싫다고 떠났는데 남편이 안 떠난다는 보장이 있을까

사는 게 참 치사하고 서글프다. 늙은 여자가 젊은 여자 당할 재간 없고, 못생긴 여자가 예쁜 여자를, 약한 여자가 건강한 여자를, 그렇고 그런 여자가 잘나가는 여자 당할 수 없는 세상 이치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기어야지.

매운탕을 끓이고 가지나물에 김을 가지런히 썰어 밥상을 차렸다
어찌 일어났어?” 
이혼당하기 전에 정신 차려야지.” 
이혼 같은 소리 하네.” 
남편이 내 밥을 듬뿍 퍼주며 
많이 먹고 일어나야지.” 
“Thank 콜록 you~ 콜록콜록.”

Friday, December 2, 2011

Friendly as a dove

"Cough, Cough." kept me awake all night coughing. My head is throbbing and I feel heavy. Ever since I was young, tonsils have always troubled me. But when I get older, tonsil left my body as if not a place to be. However when windy winter begins, a cold on the chest don't skip and come back to me.

Even though I have to prepare a table for my husband, I am lying with a cough, If I wear a white string on my head, I will look like a late grandmother-in-law.

My late mother grabbed my hand in my dream and urged me to go somewhere with her. When I opened my eyes, I was soaked in sweat. I wrapped around my whole body like an Arab woman in hijab, and went out to buy medicine. My eyes were dizzy and legs were shaking. I drank hot chocolate sitting in a local cafe. The pigeons that sitting on the roof of the building across the street are dreary like me.

It makes me feel strange to see young, healthy men and women clinging to each other. Several husband friends divorced their old wife and remarried to young women. By the way, how boring and hard my husband be living with me who cough all winter round. I'm as a woman too, and it's hard for me to live with one man my whole life. He doesn't express it, but he probably want to throw away me.  Is there a guarantee that my husband won't leave me? I can't stop him if he falling in love with a young woman.

I who is not a young pretty princess can't lie down until my husband buys me some medicine. It is natural to stand up and buy medicine for myself. I stagger to the drugstore.

Life is so cheap and sad. It is the logic of a world where an old woman can't beat a young woman, an ugly woman can't beat a pretty woman, a weak woman can't beat a healthy woman. It is not up to anyone to blame. I have to solve on my own.

I cooked spicy soup, dried seaweed and eggplant to set the table. "How come you’re up?" "I need to up before I get divorced." "What a load of crap." My husband gave me a big bowl of rice, "You have to eat a lot and get up." "Thank cough, cough~ you cough, cough~"

Saturday, November 12, 2011

위대한 ‘개츠비'

옛날 옛적 한국인 처녀가 태평양 건너 단신으로 뉴욕에 왔다. 처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며 점점 나이가 들어갔다. 뉴욕에 살 만큼 산 그녀는 또 다른 바다, 대서양을 건너 뉴욕과 다른 세상에 살고 싶어한다.

서울에서 미국 유학을 간다며 학교 리스트를 봤다. 알파벳 ‘A’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는 아델파이 (Adelphi) 대학이 첫눈에 들어왔다. 영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가 나온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배경이 롱아일랜드 가든시티  아델파이 대학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사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가는 거야. 가든시티로. 그곳에서 나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영화에서 아름다운 집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는 캠퍼스 밖의 허름한 빨간 벽돌 기숙사안내되어 짐을 풀었다. 룸메이트 또한 불루 아이에 블론드가 아닌 얼굴이 아주 검은 아프리카 어느 한 부족 추장 딸이었다. 룸메이트는 내가 상상한 가릴 부분만 옷을 걸치고 몸을 흔드는 맨발의 아프리카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검은 얼굴과는 대조적인 베이지색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호화로운 주택 앞에 서있는 결혼식 사진이었다. 룸메이트는 사진 속의 그녀의 남편을 가리키며 곧 미국에 온다고 했다.

미국, 그것도 뉴욕, 아니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가든시티에서, 어느 아프리카 추장 딸과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되다니! 뭔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 인생이 가고 있었다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면 핑크색 루프로 말아 올린 룸메이트의 머리통은 도깨비 머리처럼 울퉁불퉁했고, 검은 얼굴 사이로 나온 하얀 이빨들에서 나오는 광채는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처럼 빛났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후 낮에 보는 룸메이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점잖고 지적이며 따뜻했다. 학교에서 쇼설 넘버를 받아 은행계좌 여는 것을 도와줬다. 필요한 물건도 함께 사러 다니며 나의 어려운 일들을 거들었다어느 날, 사진에서 본 그녀의 남편이 베이지색 양복을 입고 학교에 나타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내 나이 또래의 타일랜드인이 새로운 룸메이트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동양인이라는 기대는 하루 만에 무너졌다. 음식 여기저기에 우리나라 파처럼 마구 넣는 진한 실란트로(cilantro) 향내 때문이었다. 냄새가 토할 것처럼 역겨워 기숙사에 있지를 못하고 길거리를 방황했다. 학교 벤치에 우둑하니 앉아 있고, 스쿨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학교와 기숙사 사이를 걸으며 룸메이트의 저녁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캣츠비영화에 나왔던 아름다운 장면들은 구경 한 번 못한 채 또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잘하면 대서양을 건너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설렘에 어제는 과음했다.

뭐니 뭐니해도 해장으로는 월남 국수가 최고다. 남편 몫의 실란트로까지 잔뜩 넣고 매운 양념장을 골고루 풀었다. 뜨거운 국숫발을 훌훌 불며 입안 가득, 국물을 죽 들이켰다. 실란트로 향기가 입안에 좍 퍼지며 몸으로 번져간다. 그 옛날의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며.

Friday, November 11, 2011

The Great Gatsby

Once upon a time, a Korean girl came to New York alone across the Pacific Ocean. The girl got married, had children, and grew older. She, who has lived enough to live in New York, wants to live other worlds across the Atlantic Ocean.

I saw the list of schools in New York to go to study abroad. Adelphi University, which starts first in the alphabet 'A,' was first seen. 'The Great Gatsby,' starring Robert Redford and Mia Farrow, is set in Garden City, Long Island. There is Adelphi University. My heart was overflowing to imagine living in a scene of the beautiful movie. ‘Yes! I’m going to Garden City. That's where I start my new life.’

Where did all the beautiful houses I saw in the movie go? I was led out to the shabby red brick dormitory and unpacked. My roommate was not the blonde hair and the Blue Eye. She was the daughter of a black tribal chief in Africa. My roommate showed me a picture that was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barefoot Africans who took off their clothes and shook themselves. It was a wedding photo of people in beige dresses and suits, contrasting with black faces, having a party in front of a luxurious house. The roommate pointed to her husband in the picture and said he will come to America soon.

In Garden City, the background of the Great Gatsby starring Robert Redford, I started my life in America with an African chief's daughter! My life was going in a totally different direction from what I had expected.

When I wake up at night to go to the bathroom, the head of a roommate that rolled up with a pink loop was looks like a bumpy as a goblin's. The luster of black faces and contrasting white teeth shone like goblin lighting in the dark.

I couldn't sleep through the night covered with the blanket over my head. She was gentle, intelligent and warm, unlike what I saw at night. She helped me open my bank account by receiving a social number at school. She and I went shopping for my necessities, and helped me with all my hard works. One day, her husband, who I saw in the picture, appeared in a beige suit and we parted.

A Thailand girl my age has become a new roommate. Expectations of an Asian in a similar shape to mine collapsed within a day. This was due to the strong scent of "cilantro. I couldn't stay in the dormitory and wandered around the street because the smell was so disgusting that I could vomit. I sat on the school bench until dusky, walked between the school and the dormitory where I had to come by school bus, and waited for my roommate's dinner to be over.

The beautiful scenes from the Great Gatsby movie I had to leave for another place without seeing them. The idea of going somewhere is still ongoing. I drank too much yesterday because I was excited that I might be able to cross the Atlantic Ocean to live if I do well.

Anyway, as relieve a hangover, Vietnamese noodle soup is the best. I added a lot of cilantro and spicy sauce. I blew on the hot noodles filled the mouth and drank the soup. The cilantro scent spreads in my mouth and spreads over my body. Thinking of the Great Gatsby of old times.

Saturday, October 15, 2011

마누라 미인 만들기

“신문에 난  사진 . 눈이 너무 처졌다.” 
사돈 하네, 바로 옆에 있는 마누라  처 어쩌고. 세상에 나처럼 여자도 있을까?” 
우리 와이프야 자연스럽게 지적으로 쳐졌지.” 
눈에 까풀 남편이 신문을 다가 하는 말을 참말인 양 듣고 좋아하는 나나 남편이나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눈이 심하게 처졌다. 무너져 내리는 눈꼬리를 끌어 올리기는 해야 하는데 눈을 고치고 나면 눈과 어울리지 않는 납작한 코도 고쳐야 하고, 처진 은 어찌하고. 보수공사 곳이 한두 군데인가? 엄두가 나지 않아 세월만 보내며 집 앞 뚝방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듯 혼자서 안달복달이다.

거울 앞에 앉아 눈꼬리를 위로 올리며 남편에게 
고쳐? 말아?” 
마음대로 해. 비용은 내가 조달할 테니 확 다른 얼굴로 바꾸던지.” 
옆에서 듣고 있던 큰 아이가 
엄마 얼굴에 손대지 마. 엄마 얼굴이 어때서. 난 얼굴 고친 여자 싫어요. 엄마가 얼굴 고치면 함께 밥 안 먹을래요.” 
 밥은?” 
우리 엄마 같지 않아서 밥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요.” 

오랜만에 서울로 친정 나들이 간 여자가 공항에 마중 나온 성형한 친정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알아보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엄마가 아닌 그냥 아는 아줌마 같은 느낌에 얼굴 쳐다보기가 민망했단다. 
너도 사돈 남 말 한다. 네 걸 프랜드가 성형했으면 어쩔 건데?” 
어릴 적 사진을 봤더니 지금 하고 똑같아요. 난 여자 사귀기 전에 꼭 어릴 적 사진 보여 달래요” 
아이고 우리 아들 잘났네!” 

나를 닮아 처진 눈을 더욱 늘어뜨리며 작은 아이가 별일 아닌 일로 소란스럽다는 표정이다
네 걸프랜드는 고치지 않았냐?” 
관심 없어요. 고치고 싶으면 고치는 거지요.” 
어릴 적엔 학교에서 타오라는 공부 상이 아닌 코미디 상을 휩쓸며 웃기던 아이가 머리가 컸다고 어찌나 점잖을 떠는지. 무슨 말을 하기가 불편해서야

일단은 눈이라도 올려야겠다. 운동을 오랫동안 해서 그나마 탄력을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몸과 얼굴이 따로 논다는 남편의 한마디가 고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했다. 남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디 가서 고쳐야 하지? 성형외과가 너무 많다. 친구 남편이 성형외과 의사인데 남편은 아는 사람에게는 가지 말란다. 무료 봉사가 아닌 돈 받고 아는 사람 집수리해 주면 집에 하자가 생길 때마다 두고두고 욕먹는다며. 성형한 내 얼굴에 하자가 생기면 친구 원망할 거 아니냔다. 더 눈꺼풀이 무너지기 전에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