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한국인 처녀가
태평양 건너 단신으로 뉴욕에 왔다. 처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며 점점 나이가 들어갔다. 뉴욕에 살 만큼 산 그녀는 또 다른 바다, 대서양을 건너 뉴욕과 다른 세상에 살고 싶어한다.
서울에서 미국 유학을 간다며 학교 리스트를 봤다. 알파벳 ‘A’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는 아델파이
(Adelphi) 대학이 첫눈에 들어왔다. 영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가 나온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의 배경이 롱아일랜드 가든시티 그곳에 아델파이 대학이 있다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사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가는 거야.
가든시티로. 그곳에서 나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영화에서 본 그 아름다운 집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는 캠퍼스 밖의 허름한 빨간 벽돌 기숙사로 안내되어 짐을 풀었다. 내 룸메이트 또한 불루 아이에 블론드가 아닌 얼굴이 아주 검은 아프리카 어느 한 부족의 추장 딸이었다. 룸메이트는 내가 상상한 가릴 부분만 옷을 걸치고 몸을 흔드는 맨발의 아프리카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검은 얼굴과는 대조적인 베이지색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호화로운 주택 앞에 서있는 결혼식 사진이었다. 룸메이트는 사진 속의 그녀의 남편을 가리키며 곧 미국에 온다고 했다.
미국, 그것도 뉴욕, 아니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가든시티에서,
어느 아프리카 추장 딸과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되다니! 뭔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 인생이 가고 있었다.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면 핑크색 루프로 말아 올린 룸메이트의 머리통은 도깨비 머리처럼 울퉁불퉁했고, 검은 얼굴 사이로 나온 하얀 이빨들에서 나오는 광채는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처럼 빛났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후 낮에 보는 룸메이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점잖고 지적이며 따뜻했다. 학교에서 쇼설 넘버를 받아 은행계좌 여는 것을 도와줬다. 필요한 물건도 함께 사러 다니며 나의 어려운 일들을 거들었다. 어느 날, 사진에서 본 그녀의 남편이 베이지색 양복을 입고 학교에 나타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내 나이 또래의 타일랜드인이 새로운 룸메이트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동양인이라는 기대는 하루 만에 무너졌다. 음식 여기저기에 우리나라 파처럼 마구 넣는 진한 실란트로(cilantro) 향내 때문이었다. 냄새가 토할 것처럼 역겨워 기숙사에 있지를 못하고 길거리를 방황했다. 학교 벤치에 우둑하니 앉아 있고, 스쿨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학교와 기숙사 사이를 걸으며 룸메이트의 저녁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캣츠비’ 영화에 나왔던 아름다운 장면들은 구경 한 번 못한 채 또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잘하면 대서양을 건너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설렘에 어제는 과음했다.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면 핑크색 루프로 말아 올린 룸메이트의 머리통은 도깨비 머리처럼 울퉁불퉁했고, 검은 얼굴 사이로 나온 하얀 이빨들에서 나오는 광채는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처럼 빛났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후 낮에 보는 룸메이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점잖고 지적이며 따뜻했다. 학교에서 쇼설 넘버를 받아 은행계좌 여는 것을 도와줬다. 필요한 물건도 함께 사러 다니며 나의 어려운 일들을 거들었다. 어느 날, 사진에서 본 그녀의 남편이 베이지색 양복을 입고 학교에 나타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내 나이 또래의 타일랜드인이 새로운 룸메이트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동양인이라는 기대는 하루 만에 무너졌다. 음식 여기저기에 우리나라 파처럼 마구 넣는 진한 실란트로(cilantro) 향내 때문이었다. 냄새가 토할 것처럼 역겨워 기숙사에 있지를 못하고 길거리를 방황했다. 학교 벤치에 우둑하니 앉아 있고, 스쿨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학교와 기숙사 사이를 걸으며 룸메이트의 저녁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캣츠비’ 영화에 나왔던 아름다운 장면들은 구경 한 번 못한 채 또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잘하면 대서양을 건너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설렘에 어제는 과음했다.
뭐니 뭐니해도 해장으로는 월남 국수가 최고다. 남편 몫의 실란트로까지 잔뜩 넣고 매운 양념장을 골고루 풀었다. 뜨거운 국숫발을 훌훌 불며
입안 가득, 국물을 죽 들이켰다. 실란트로 향기가 입안에 좍 퍼지며 몸으로 번져간다. 그 옛날의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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