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11, 2008

내 별명은 '캐쉬 부인'

이렇게 오래 갔다 와도 되나? 도둑이 들면 어쩌지?" 
도둑이 들면 어때 가져갈 것도 없는데. 가져갈 것이라고는 우리 아들 둘하고 나뿐인데.

이른 아침에 공항 가는 콜택시를 기다리며 걱정하는 남편과 나눈 이야기다추운 뉴욕에서 고생하는 자식이 불쌍한지 LA에 사시는 시아버님이 한 해 한 번 비행기 표를 보내주신다

야자수가 빙 둘린 뒤뜰, 
따듯한 햇볕 아래 누워 있었다. 뉴욕에서 전화가 왔다층에 사는 아 엄마다.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훔쳐 간 것 없다냐?" 
시어머니가 놀라서 물었
훔쳐 갈 게 어딨어요.” 
그래 말이 맞다. 뭐가 있어야 훔쳐 가지.” 
모두 안심하는 표정이다.

시름을 멀리한 따뜻한 LA에서 쉬다 집에 왔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얼마 없는 가구들과  맥주 깡통들이 여기저기에  동그라져 있다. 도둑이 뒤지다가 훔쳐 갈 게 없어서 속이 탔는지 냉장고 안에 남겨 둔 맥주를 마셨나 보다. 

우리 집엔 물건이 많지 않아서 좋은 점이  많. 청소를 자주 하지 않아도  깨끗해 보인다. 쇼핑하지 않으니 시간과 돈에 쪼들리지 않는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싫증이 나고 버거워져 쓰레기가 된다. 그러나 은행에 있는 돈은 안전하고 언제든 사고 싶은 물건을 있다.

별명은 한때 만두 이었다. LA 가기만 하면 시어머니는 
만두 만들어야지버리기가 아까운 재료들을 네가 오면 만두 만들려고 냉동에 얼려 놓기 잘했지?"
하며 커다란 양푼을 놓는다. '만두 장사를 해볼까?' 할 만큼 만두 몇백 개를 빠른 속도로 만들 있다. 만두피만 있으면 냉장고에 먹다 남은 고기와 채소로 만두를 만들고 냉장고 청소를 말끔히 한다. 

요즈음 내 별명은 ‘캐쉬 부인이다. 모처럼 서울 친정에 갔다 돌아올 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기라도 것처럼 평소에 모아 놓으신 골동품을 주신다좋아하는 골동품을 보시며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받아오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무거워 성가시다. 
아버지, 무거운 물건으로 주지 말고 가벼운 현찰로 주면 안 돼? 가지고 가기 편하게.
친정아버지는 투정하는 나에게 현찰 부인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

누가 뭐래도 가벼운 캐쉬 좋다. 좋은 캐쉬 가지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돈  재주는 없다. 그나마 물건을 사지 않으니 돈이 조금씩 모이는 재미에 빠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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