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들면 어때 가져갈 것도 없는데. 가져갈 것이라고는 우리 아들 둘하고 나뿐인데.”
난 누가 뭐래도 가벼운 캐쉬가 좋다. 그 좋은 캐쉬를 가지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돈 벌 재주는 없다. 그나마 물건을 사지 않으니 돈이 조금씩 모이는 재미에 빠져 산다.
이른 아침에 공항 가는 콜택시를 기다리며 걱정하는 남편과 나눈 이야기다. 추운 뉴욕에서 고생하는 자식이 불쌍한지 LA에 사시는 시아버님이 한 해에 한 번 비행기 표를 보내주신다.
야자수가 빙 둘린 뒤뜰, 따듯한 햇볕 아래 누워 있었다. 뉴욕에서 전화가 왔다. 위층에 사는 아기 엄마다.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야자수가 빙 둘린 뒤뜰, 따듯한 햇볕 아래 누워 있었다. 뉴욕에서 전화가 왔다. 위층에 사는 아기 엄마다.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뭐 훔쳐 간 것 없다냐?"
시어머니가 놀라서 물었다.
“훔쳐 갈 게 어딨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뭐가 있어야 훔쳐 가지.”
모두 안심하는 표정이다.
시름을 멀리한 채 따뜻한 LA에서 푹 쉬다 집에 왔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얼마 없는 가구들과 빈 맥주 깡통들이 여기저기에 나 동그라져 있다. 도둑이 뒤지다가 훔쳐 갈 게 없어서 속이 탔는지 냉장고 안에 남겨 둔 맥주를 마셨나 보다.
우리 집엔 물건이 많지 않아서 좋은 점이 꽤 많다. 청소를 자주 하지 않아도 늘 깨끗해 보인다. 쇼핑하지 않으니 시간과 돈에 쪼들리지 않는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싫증이 나고 버거워져 쓰레기가 된다. 그러나 은행에 있는 돈은 안전하고 언제든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다.
내 별명은 한때 ‘만두 부인’이었다. LA에 가기만 하면 시어머니는
“만두 만들어야지. 버리기가 아까운 재료들을 네가 오면 만두 만들려고 냉동에 얼려 놓기 잘했지?"
하며 커다란 양푼을 내놓는다. '만두 장사를 해볼까?' 할 만큼 만두 몇백 개를 빠른 속도로 만들 수 있다. 만두피만 있으면 냉장고에 먹다 남은 고기와 채소로 만두를 만들고 냉장고 청소를 말끔히 한다.
요즈음 내 별명은 ‘캐쉬 부인’이다. 모처럼 서울 친정에 갔다 돌아올 때면 아버지는 곧 돌아가시기라도 할 것처럼 평소에 모아 놓으신 골동품을 주신다. 좋아하는 골동품을 보시며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받아오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무거워 성가시다.
“아버지, 무거운 물건으로 주지 말고 가벼운 현찰로 주면 안 돼? 가지고 가기 편하게.”
친정아버지는 투정하는 나에게 ‘현찰 부인’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난 누가 뭐래도 가벼운 캐쉬가 좋다. 그 좋은 캐쉬를 가지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돈 벌 재주는 없다. 그나마 물건을 사지 않으니 돈이 조금씩 모이는 재미에 빠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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