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4, 2008

돌아오지 않는 데이빗

훤칠한 키에 말끔한 남자가 내가 사는 아파트 건물에 이사 왔다. 남미와 백인 혼혈 20 후반의 청년이다. 생기기도 잘 생겼지만, 예의 바르고 인사성도 밝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의 이름은 데이빗.

문틈 사이로 그의 아파트 안을 슬쩍 들여다봤다. 가구들 또한 보통 물건들이 아니다. 1960-70년대풍의 고가구다. 생활에서 보이는 모습 또한 뭔가 남다른 분위기와 품위가 있어 보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가 이사를 오고 후부터 건물 안의 분위기도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분위기 있는 이웃이 생겨 좋다. 그러나 생활의 불편함도 없지 . 혹시나 된장국과 김치 냄새가 복도로 셀까 봐 더욱 조심스러워졌. 얼마 전 청국장이 먹고 싶어 끓였다가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서성대며 저희끼리 뭔가 이야기하다 되돌아.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한국 음식은 끊기가 힘들다.  

자주 마주치지 못했던 그가 직장을 잃었단다. 점점 초 체해지는 모습으로 아파트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지 룸메이트를 드렸다. 가끔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귀한 고가구들을 들 나갔다. 또한, 여자가 들락거렸다. 언성을 높이고 싸우며 우는 소리도 났다.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듯했다. 

“괜찮아요?” 
복도에서 만난 데이빗에게 물었다. 직장을 잃고 동네 술집에 들락거리다 여자를 만났는데 여자가 마약쟁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것이 다시는 헤어날 없는 데까지 갔다며 
기억하지요? 내가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를,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데이빗의 후회로 울부짖는 소리는 점점 커갔다. 결국, 건물 안 사람들의 물건에 손을 대 상황까지 갔. 아무리 발버둥 치며 예전으로 돌아가려 해도 너무 멀리 가 버린 것이었다. 그는 건물을 떠날 밖에 없었다.

마약 치료를 하러 병원에 갔을 것으로 생각한 그가 어느 날 동네에 나타났다. 나를 본 척하고 지나가는 그의 얼굴은 앞니가 빠져 나이보다 20년은 늙어 보였다. 홈리스 모습으로 급하게 북쪽 강가 쪽으로 갔다가는 되돌아 때는 미소를 띠고  처진 다리를 질질 끌며 어디론가 사라졌. 그 후 데이빗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창문 밖을 내다보며 그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을 품어 보지만 데이빗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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