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그녀는 나와 마주치면 무척 반가워 껴안으며 장황하게 인사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처럼 지나치는 날도 있다. 나는 멀리서 오는 그녀의 기분을 빨리 파악하고 인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 지나쳐야 할 것인가? 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미세스 청이 갑자기 말이 울부짖는 듯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건물이 울릴 정도로 큰소리를 지르다 멈추었나 하면 다시 질러댔다. 계속 지르려나 하면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는 한 달이 가기도 하고 빠르면 보름 만에 다시 질러대곤 한다. 처음엔 남편과 싸우는 줄 알고 급한 상황이 생기면
경찰을 불러야 할 자세로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미세스 청은 소리를 지를 뿐이지 평상시에는 조용하고
수줍은 중국계와 인도계의 혼혈로 남부 카리브 해에서
이민 왔다. 우울증세가 심해 아이들과도
격리생활을 하며 정신치료도 받으러 다닌단다. 이 동네의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의 증상에 익숙해져 갔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모두 쥐 죽은 듯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누군가가 경찰에 알리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없다. ‘때가 왔구나! 또 시작이구나!’ 하며 건물 안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에는 미안한지 고개를 못 들고 피해 다녔다. 그녀는 문틈 바닥에 소음 방지용 솜으로 만든 긴 패드를 장만해 깔았다.
그녀는 아침 일곱 시, 동네에
있는 쉬핑 컴퍼니로 출근해서 저녁 네 시에는 찬거리를 사 들고 돌아온다. 그녀의 가늘던 모습이 점점 불어났다.
불어난 몸 위에 예전보다 더 옷을 많이 껴입었다. 두꺼운 모자까지 쓴 그녀의 모습은 곰이 산에서 내려온 듯 섬뜩했다. 씩씩거리는 소리와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게 증세가 점점 심해가나 보다.
어느 날, 출근한 그녀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이 일하는 쉬핑 컴퍼니 트럭에 치여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쉰여덟 이었다. 그녀의 죽음을 전해 들은 건물 안 누구도 전혀 반응이 없다. 미세스 청이 소리를 지르다 멈추었다고들 생각하는 듯이.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녀의 외침을 간절히 기다리듯이.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