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에 갔다. 옆에서 걸어가던 친구가 물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봤어? 굉장히 수수해. 전혀 유명한 배우 같지 않아.”
“어디? 못 봤는데.”
“지금 방금 옆으로 지나갔잖아. 저기 저 검은 모자 쓰고 고개 숙이고 가는 남자.”
“에이씨~ 진작 말해주지. 너 혼자만 봤어? 해도 해도 너무하다.”
나는 길을 걷다가도 긴 줄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일단 뒷줄에 가서 선다. 그리고 앞 사람에게 묻는다. ‘뭔 줄이냐고?’ 북클럽 책을 읽을 때도 주인공에게 공감하려고 책에서 언급하는 음악, 장소와 그림 등을 죄다 구글링한다. 또한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는다.
친구가 포트리에서 밥 먹고 놀자고 했다. 내가 모르는 한 여자도 나처럼 맨해튼에서 온다는데 그 여자는 페리를 타고 온단다. '아니! 맨해튼에서 뉴저지 포트리에 페리를 타고 온다고? 어떻게?' 배 타고 물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을 즐기는 내가 페리를 타고 포트리에 가는 방법을 몰랐다니! 궁금증이 발동해서 구글링했다.
맨해튼에서 뉴저지로 가는 페리는 많다. 그러나 포트리는 아니다. 뱃값이 만만치 않다. 이상하다. 영국에서 살다가 왔다니까 외교관 신분으로 배를 싸게 탈 수 있나? 아니면 페리에 차를 싣고 오나? 구글링하다가 지쳐 자다가 생각이 번뜩 나서 깨어 상상하기를 반복하다 날이 밝았다. 하도 궁금해서 그 사람을 만나자마자 물었다.
“페리를 타고 오신다는데 어떻게?”
맨해튼 웨스트 39가에서 위호켄 (Port Imperial. From Midtown W.39 St to Weehawken) 가는 페리를 타고 내려서 우버를 타고 온다는 것이다. 한번 뉴저지 왔다 가면 차비만 50불이 든단다.
맨해튼에서 A 트레인 타고 175가에서 내려 뉴저지 건너는 버스(NJ Transit)를 타면 5불도 안 드는데 이상하다. 요즈음 지하철 타기가 위험해 설까? 나 혼자만 지하철을 타고 다니나? 또 다른 궁금증이 발동해서 질문은 이어졌다. 영국에서 살다 온 지 얼마 안 되어 뉴저지 오는 방법을 몰라 집 근처에 있는 페리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에이씨~ 별것 아닌 것을 괜히 궁금해 너무 멀리 깊게 상상하다가 잠만 설쳤네!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냥 넘어가지를 못하는 나는 종종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한다. 책을 읽다가도 책의 포커스에서 벗어나 방대하게 넓혀가며 작가 뒷조사, 주인공의 심리조사와 배경과 역사를 찾느라고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 않는다. 정작 북클럽에서 선생님이 질문하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듯 정확한 색깔의 대답은 하지 못하고 희끄무레하게 회색빛 도는 대답을 하며 버벅댄다. 지구 밖으로 나갈 때가 슬슬 다가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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